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내의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국민 다수는 자신과 정치 이념이 다른 상대방을 ‘위험 존재’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정치 이념이 다른 상대방일지라도 결국 ‘함께 가야 할 공동체’라는 인식은 여전해 국민 통합의 불씨는 남아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6일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임다윗 목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7명(74.1%)은 ‘나와 다른 정치 성향의 사람들이 사회에 위험한 존재일 수 있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고 답변했다. ‘위험하지 않다’고 답변한 응답 비율은 20.7%로 전체 응답자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잘 모르겠다’는 비율은 5.2%였다.
양극단 정치적 갈등이 계속될수록 상대 진영에 대한 ‘위험’ 프레임이 작동하기 쉽다는 분석이 나온다. 언론회는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대통령 탄핵 사건으로 인해 국민이 양분되고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며 “자신과 정치 성향이 다른 이를 위험한 존재로 보는 경향은 향후 정치 진영에 대한 탄압이나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우려했다.
이번 조사에서 눈길을 끈 점은 공동체에 대한 인식이 희망적이라는 점이다. 정치 이념이 다른 상대방을 위험 존재로 인식하는 것과는 상반된 내용이다. 응답자 10명 가운데 8명(79.2%)은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들도 운명공동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도 자유롭게 생각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응답자 82.7%는 ‘그렇다’고 응답했다.
정치 이념 때문에 극단으로 치닫는 갈등을 봉합하는 교회의 ‘피스 메이커’ 역할과 지혜가 절실해진 시점이다. 언론회는 “양 정당을 비롯해 정부 교육 언론 시민단체 종교 등의 제도권에 의해 정치적 견해가 다른 국민 간에 분쟁이 더 고조되지 않게 해야 한다”며 “또 향후 정치 탄압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민 통합을 이루는 방법에 대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성돈 목회사회학연구소장은 “다음 달 중순으로 예상되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교계가 어떻게 수습할지, 정국 이후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9일부터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이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