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다가스카르에서 한국 선교사 두 명이 피살된 사건 이후 선교사 위기관리 필요성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선교지에서 질병, 사고,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강력 범죄의 위협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교단과 선교 단체들은 비상 매뉴얼을 점검하고 있다.
26일 서울 종로구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본부에서 열린 선교사위기관리위원회(위원장 황규진 목사)에서는 최근 보고된 선교사 위기 사례들이 논의됐다. 황규진 위원장은 “해외 선교사는 건강 문제부터 현지 정세 변화까지 다양한 위기에 직면하며 변수 또한 많다”고 말했다. 최근 5개월 동안 기감에 접수된 선교사들의 지원 요청만 20건에 이른다고 전했다.
기감은 2022년 제34회 총회에서 선교사위기관리위원회를 조직하고 교회 경상수입의 0.3%를 적립해 ‘선교사위기관리기금’으로 운영 중이다. 모인 기금은 약 40억원 규모로 연간 이자 수익이 1억원에 달한다. 기감은 이를 통해 선교사들에게 신체적 피해 최대 1000만원, 정신적 피해 500만원, 물적 피해 1000만원 등을 지원한다. 황 위원장은 “선교사들이 위기 상황에서도 사역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회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기감뿐 아니라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와 이번 선교사 피살 사태를 겪은 예장통합 등은 2007년 샘물교회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을 전후해 자체 위기관리 시스템을 강화했다. 허성회 총회세계선교회 GMS 사무총장은 “위기관리 지침은 긴급 환자 발생 및 치료비 지원 등 코로나19 당시에도 빛을 발했다”고 전했다.
예장통합도 2004년 마련한 지침을 바탕으로 지난 21일 마다가스카르 사태 발생 직후 현지에 선교사를 급파해 상황을 파악했다. 현지 교회에서 장례예배를 진행한 후 유가족의 귀국을 지원하고 있다. 류현웅 예장통합 해외·다문화선교처 총무는 “다음 달 총회 파송 선교사 훈련이 예정돼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위기관리 교육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0년 설립된 한국위기관리재단(KCMS·대표 조동업)은 한국인 선교사들을 위해 해외 위기정보 제공, 교육 및 훈련, 긴급 대응 컨설팅 등을 진행하는 초교파 단체다. 조동업 대표는 “강도를 만났을 때는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문제는 여전히 일부 선교사들이 이런 기본적인 위기관리 교육도 접하지 못하고 선교지로 떠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사후 대응 중심의 선교사 보호 시스템을 선제적 위기관리가 가능한 체계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마민호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선교는 본질적으로 위험이 뒤따르는 사역”이라며 “최근에는 자연재해뿐 아니라 정치적 경제적 불안, 범죄 조직 등의 위협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건 발생 후 대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선교사가 어떤 지역에서 어떤 위험을 맞닥뜨릴 가능성이 있는지 분석하고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외국민의 위기관리와 안전을 위해 전문가 양성을 법제화할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
글·사진=손동준 박용미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