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사는 인생, 크리스천으로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선한 영향력을 남길 수 있을까.”
강봉수(38) 딥비전스 대표는 대학 시절부터 이 질문을 품어왔다. 선교단체 활동을 하며 빈곤과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목격했고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고민은 결국 비즈니스로 이어졌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는 기후테크 스타트업 ‘딥비전스’를 창업한 것이다. 지난해 세계 최대 가전·ICT 전시회인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CES 2024 혁신상’을 수상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딥비전스 사무실에서 강 대표를 만나 신앙과 비즈니스를 조화롭게 운영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신앙으로 시작된 창업의 길
창업의 시작은 신앙에서 비롯됐다. 강 대표는 한동대에서 기계공학과 전자제어공학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 국제지역연구소라는 교내 선교단체에서 활동하며 여러 선교지를 방문했고 그곳에서 사회 빈곤과 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목격했다. “어떻게 크리스천으로서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한 그가 붙잡은 건 ‘비즈니스 선교’였다. 이를 위해 대학 시절 떡볶이 장사부터 아이스크림 판매까지 다양한 실물 경제 경험을 쌓았다. 졸업 후 고등학교 동창들과 함께 개도국 사회 문제 해결을 목표로 창업했지만 실패를 맛봤다. 그러나 신앙을 통해 더욱 단단해진 그는 교회에서 뜻을 같이하는 청년들을 만나 2017년 딥비전스를 설립했다.
딥비전스는 단체를 설립한 해에 환경부 창업경진대회에서 수상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특히 취약 계층인 어린이와 노약자를 보호할 방안에 집중했다. 대표 기술인 ‘비전플러스’는 CCTV 영상을 활용해 미세먼지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솔루션이다. 기존의 한정된 측정기보다 더 세밀한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어 주목받았다. 서울 성동구는 이미 50대의 CCTV를 활용한 미세먼지 측정 시스템을 도입했고, 경기도도 이 기술을 31개 시·군에 도 예산으로 50% 매칭해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딥비전스라는 사명엔 ‘딥러닝과 컴퓨터 비전 기술의 결합’이라는 뜻과 함께 성경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강 대표는 “누가복음에서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깊은 곳에 그물을 던지라’고 하셨듯이 AI 기술이 자본 집중 영역에서 사용되는 게 아니라 소외된 곳에서도 의미 있는 역할을 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돈보다 신앙, 사람을 위한 기술
강 대표는 “창업 과정에서 신앙은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의 기술이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스타트업의 특성상 바쁜 일정 속에서도 구성원들의 행복과 복지를 중요하게 여기며 배려하고자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기업 운영이 어려운 시기도 믿음을 바탕으로 극복했다. 지난해 폐업 직전까지 몰리며 직원들에게 급여도 줄 수 없는 상황이 됐는데도 15명의 직원이 회사의 가치에 공감하며 남았다. 대부분 크리스천인 직원들이 신앙을 바탕으로 함께 어려움을 견뎌낸 덕분에 회사는 다시 회복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강 대표는 “비즈니스는 선한 영향력을 만들 수 있는 좋은 도구”라며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맡기신 사명을 감당하는 자세로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나님 우선’이면 길이 열린다
강 대표는 사업을 운영하면서 크리스천으로서 결단을 내려야 했던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고 전했다. 창업 초기 환경부 창업경진대회에서 강 대표 팀 발표 일정이 주일 예배와 겹쳤던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대회 운영진 측에 발표 시간 조정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고, 결국 발표를 포기하고 예배를 선택했다. 그런데 기적적으로 발표 하루 전날 밤늦게 대회 측에서 영상 발표를 허용했고 결국 상을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상금으로 받은 100만원도 ‘첫 소산물로 하나님을 경외하라’는 잠언 말씀에 따라 전액 헌금했다. 이후 한국중부발전이 주최한 청년창업대회에서 대상을 받으며 40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강 대표는 “하나님께서 40배로 갚아주시는 경험을 했다”며 “마태복음 6장 33절 말씀처럼 하나님을 우선순위에 두면 필요한 것을 채워주신다”고 말했다. 이후로도 그의 결정 기준은 언제나 신앙이었다. “교회 행사가 있을 때면 직원 상당수가 일을 못 하게 되는 상황도 생기지만, 회사 차원에서 미리 준비해 계획을 세웁니다. 주일과 크리스마스에도 최대한 미팅을 잡지 않고 일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크리스천 사업가 꿈꾸는 청년들에게
강 대표는 “신앙과 직업을 조화롭게 유지하는 데 있어 비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돈 이상의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단순한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크리스천으로서 세상에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성공 확률은 0.0005%에 불과하지만 크리스천 창업가들이 하나님의 창조력을 닮아간다면 그 확률을 높일 수 있다”며 “그렇기에 사업과 비즈니스 선교는 크리스천 청년들에게 더욱 유리하다. 앞서 걱정하지 말고 하나님을 의지하며 도전해보길 바란다”고 권했다.
글·사진=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