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통속적? 복음 통로도 된답니다”

입력 2025-02-28 03:07 수정 2025-02-28 03:07
‘영화설교 수업’ 저자인 하정완 꿈이있는교회 목사는 매 주일 2부 열린 예배에서 영화 설교를 전한다. 이 교회 집사인 ‘파묘’ 장재현 감독은 “이전작의 핵심 주제와 소재를 하 목사의 설교에서 가져왔다”고 말한다. 사진은 하 목사와 장 감독이 교회에서 성도들과 환담(오른쪽)한 뒤 함께 사진을 찍은 모습. 꿈이있는교회 제공

‘줄 서서 먹는 치킨집’으로 소위 대박을 냈음에도 마약상 추적을 포기 않는 형사들을 보며 “하나님 나라와 그의 의를 먼저 구하는” 그리스도인의 자세를 발견한다. 자신이 구해준 유대인들이 감사를 전하자 “더 살릴 수 있었다”며 오열하는 독일인 사업가 오스카 쉰들러에게선 지상의 것보다 천상의 가치를 우선한 순교자 스데반의 순교 장면을 병치시킨다.

문화사역자 하정완 꿈이있는교회 목사가 영화 ‘극한직업’과 ‘쉰들러 리스트’에서 추출한 기독교적 메시지다. 영화 설교는 영화를 해설하며 복음의 핵심을 전하는 설교 형식을 말한다. 25년간 국내외 교회와 신학대 강의실에서 800여편의 영화 설교를 전한 하 목사는 그야말로 ‘영화 설교의 개척자’다. 드라마·코미디·로맨스·오컬트 등 설교로 소화하는 영화 장르도 각양각색이다. 그는 기독교적 메시지를 담아낸 영화 ‘버스’(2010)와 ‘노래’(2024)의 제작자이기도 하다.


책은 하 목사의 목회 철학과 영화 설교 노하우를 응축한 것이다. 영화를 도구 삼아 설교하게 된 배경도 담겼다. 오스트리아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와 궁정 음악가 살리에리의 갈등을 다룬 영화 ‘아마데우스’를 보다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메시지를 발견한 게 계기다. 목회자가 됐지만 낮은 자존감과 불확실한 소명으로 고민하던 그에게 천박하고 비참하지만 아름다운 음악을 만드는 모차르트는 적잖은 위로를 건넸다. 이 작품에서 ‘부족하고 죄 된 인간에게서 무한한 가능성을 보는 하나님’을 만난 저자는 이후 영화 설교의 이유를 묻는 이들에게 이렇게 답한다. “영화 속에서도 하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간과하는 이들이 적잖지만 영화는 복음의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영화 설교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들도 등장한다. 자가 호흡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아기를 분만할지를 놓고 고민하던 산모가 영화 ‘하루’(2001)를 소재로 한 그의 설교를 기억하고 생명을 택한 사연, 자신의 ‘인생 영화’를 설교로 접하고 신앙생활의 첫발을 내디딘 이들의 이야기가 책 사이사이에 나온다. 천만 관객 영화 ‘파묘’ 장재현 감독과의 오랜 인연도 소개됐다. 꿈이있는교회 집사인 장 감독은 저자와의 대담에서 “전작 ‘검은 사제들’ ‘사하바’의 핵심 주제와 소재를 목사님 말씀에서 가져왔다”는 소회를 전한다.

저자는 영화설교자의 역할을 “영화 속 하나님의 메시지를 회중에 해석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이를 위해 영화 오프닝과 클로징, 상징과 이미지, 대사와 음악 등을 유의 깊게 볼 것을 조언한다. 이를 분석하는 설교자의 인문학적 소양도 긴요하지만 그가 무엇보다 강조하는 건 ‘영성’이다. “설교자는 영화 설교를 준비하기 전 이미 기도로 준비된 상태여야 한다”며 기본기를 강조하는 저자에게선 장인의 내공이 느껴진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