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지사는 지난 24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경제 소득불균형과 불공정·불균형 해소 등을 위해 ‘경제대연정’을 제안했다.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사회·경제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김 지사는 또 현재 여야 대선 주자 중 본인이 유일하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상대한 경험이 있다며 글로벌 측면에서도 자신이 비교 우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담=모규엽 사회2부장
-요즘 소득불균형과 불공정·불균형 해소를 지속적으로 말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가.
“나는 경제대연정이라는 화두를 던지고 싶다. 지금의 불공정·불균형 경제를 이제 기회의 경제로 만들어야한다. 그런데 그것을 만드는 핵심 전략이 경제대연정이다. 그래서 소득, 일자리, 주거, 청년, 기후 등 이런 문제에 있어서 사회적 대타협 스몰딜이 아니라 이제 빅딜로 만들어지는 그런 것이 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제대연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노동 시장의 문제가 됐든 에너지 문제가 됐든 서로 간에 빅딜이 있어야 된다. 예를 들면은 노동에 있어서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정년 연장과 관련해 정년은 60세, 연금수급은 65세라는 간극이 발생한다. 정년을 단계적으로 늘려서 65세로 연장하는 대신, 단계적으로 급여를 조정한다든지 하는 것이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원전과 관련한 논란과 신재생에너지 이슈가 있다. 원칙적이고 장기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맞지만, 현실적으로 당장은 그 둘이 공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신규 원전 건설을 백지화하는 대신 설계수명 종료 예정인 원전 중에서 안전성이 검증된 원전에 한해 수명을 연장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점차 확대하는 것이다. 사회적 대타협이 이루어지지 않고 각자 주장만 해서는 이런 문제 해결에 한 발자국도 못 나갈 것이다.”
-진보 정권이 들어섰을 때 부동산 급등 문제가 있었다. 부동산 대책은 무엇인가.
“공급과 수요 측면의 균형 잡힌 정책이 필요하다. 나는 섣불리 시장에 개입하지 않는 것을 큰 골간으로 할 것이다. 섣불리 시장에 개입하지 않되 수요와 균형을 다 같이 보는 식으로 부동산 정책을 하겠다. 정부가 시장에 한부로 개입하는 것은 맞지 않다. 내가 (지난 대선 때) 이재명 대표와 합의한 항목 중 하나가 있다. 부동산 정책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처럼 부동산 의사결정 기구를 만들고, 그 임기를 한 정부의 임기를 뛰어넘는 식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정부에 따라 부동산 정책이 온탕과 냉탕을 오갈 게 아니라 금통위처럼 독립적인 기구를 두고 정책은 대통령 임기보다 훨씬 길게 해서 중장기적인 정책을 결정하는 기구를 만들자는 것에 대해 이재명 대표와 합의한 바가 있다.”
-대선 주자 중 유일하게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상대해 본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경제부총리 시절)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다 만났다. 특히 트럼프는 세 번 만났다. 트럼프가 어떤 사람인지 옆에서 직접 경험을 했다. 트럼프는 거칠고 예측하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굉장히 영리한 사람이었다. 머리가 좋고 굉장히 실용주의적 접근을 하는 인물이었다. 그 특성을 잘 알면 좋은 협상을 끌어낼 수 있는 상대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글로벌 리더로서의 강점에 대해 설명해달라.
“위에 말한 세 지도자뿐 아니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만났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 국제기구 수장들은 모두 내가 오랜 업무 관계를 맺어온 분들이다. 또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수백명의 외국 지도자들을 만나 한국 경제에 대해 이햐기를 나눴다. 내가 야당 지도자 중 한 명이지만 한국 경제에 대한 잠재력과 회복 탄력성을 얘기했다. 글로벌 측면에서는 내가 가장 경험이 많고 비교우위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이재명 대표쪽에서 민주당이 보수정당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정체성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가 생각하는 민주당의 정체성은 진보다. 그리고 굳이 표현을 하자면 유능한 진보, 이기는 진보. 이게 민주당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 보수와 진보를 경제냐 성장이냐, 복지냐 분배냐 이렇게 나누는데 나는 그렇게 나누는 것에 크게 동의하지 않는다. 시장을 무시하는 진보도 없고, 정부의 역할을 부인하는 보수도 없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지금 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우리의 정체성을 보다 분명히 하고 유능한 진보로서 결국은 사람이 중심이어야 한다. 내가 경기도정을 하면서도 사람 중심 경제 ‘휴머노믹스’라는 말을 썼다. 민주당은 진보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되고 이기는 진보를 해야 된다. 또 지금 민주당이 중도 보수를 이야기 하는 것이 자칫 지금의 상황에 대한 자신감 부족에서 오는 게 아니냐 생각된다. 우리 스스로가 자신감을 가지고 민주당 본연의 가치와 정체성을 분명히 하되 실용주의적 접근 등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수단과 목표가 도치돼서는 안 된다.”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판결이 어떨 거라고 예단하고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을 것 같다. 이재명 대표가 당당하게 대처하리라 믿는다. 어쨌든 지금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정권 교체를 이루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계엄과 내란이라는 이 정치적 불확실성을 빨리 제거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그런데 만약 탄핵 인용으로 인한 조기 대선에서 그 내란과 계엄을 주도한 대통령을 배출한 당에서 정권을 다시 연장한다고 하는 것은 세계적인 웃음거리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진짜 민주당은 간판을 내려야된다. 그렇기 때문에 정권 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 이재명 대표가 당당하게 대처할 것으로 그렇게 믿고 있다.”
-탄핵 정국에서도 민주당이 압도적인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민주당의 신뢰의 위기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보기에 민주당이 과연 수권 정당으로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준비가 되어 있는 당이냐에 대한 신뢰에 대한 의구심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민주당은 지금 신뢰의 위기라는 생각을 한다. 이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수권 정당이라는 그런 신뢰를 국민으로부터 다시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눈앞에 있는 선거나 권력 생각에 앞서서 나라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그리고 국제, 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대안은 무엇인지, 그리고 서 있는 위치나 말을 오락가락 바꾸는 것도 좀 성찰하면서 우리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된다.”
-이번 탄핵 국면은 보수층의 강한 결집이 이뤄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의 이유는.
“이제 보수에서도 탄핵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이제는 조기 대선 국면에 들어갔다고 생각을 하면서 대선 구도에 따른 결집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지금은 보수나 국민의힘 상당수 세력이 내란 동조 세력에 커밍아웃 하고 있다. 구치소로 가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는 알현 정치를 하고 있다. 이런 내란 동조 세력의 커밍아웃 모습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다.”
-최근 인터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을 여러 번 했다. 노 전 대통령에게 우리 사회가 그리고 민주당 지도자가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가.
“바보 노무현 정신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단과 희생으로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결단은 내가 객관적으로 봐서 현실적이지 않은 결정이지만 내릴 수 있는 결단이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총선 때 종로를 박차고 부산을 갔다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희생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임기를 단축해서 이것(개헌)을 하겠다’ 하는 것이다. 지금 내란의 종식, 대통령 탄핵만으로는 부족하다. 정권 교체만으로도 부족하다. 대통령 바뀌는 걸 뛰어넘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첫 번째는 민주주의 회복이고 그것은 권력구조 개편을 통해서 가능하다. 두 번째는 경제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지금 윤석열정부가 잘못해 왔던 이 경제 정책의 대전환 이런 것들이다. 여기에 결단과 희생이라는 노무현 정신이 필요하다.”
정리=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