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간첩 깐수’ 정수일 실크로드학 대부 타계

입력 2025-02-26 01:09

위장 간첩 ‘무하마드 깐수’로 알려진 실크로드학 연구자 정수일(사진)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이 지난 24일 별세했다. 향년 91세.

한국문명교류연구소 관계자는 25일 “정 소장이 지병으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별세했다”고 밝혔다.

정 소장은 1934년 중국 연변에서 태어났다. 베이징대에 입학한 뒤 이집트 카이로에서 학업을 이어갔다. 모로코 주재 중국 대사관에서 근무하다가 1963년 입북해 대남 특수 공작원으로 선발됐다. 1984년 필리핀에서 온 ‘무하마드 깐수’라는 이름의 레바논 출신 학자로 위장해 한국에 들어왔다. 5년 뒤 단국대 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아 동서 문화 교류사 강의와 저술 활동을 이어갔다.

그는 1996년 서울의 한 호텔에서 북한에 팩스를 보낸 사실이 안기부에 발각돼 위장 간첩임이 밝혀졌다.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12년형을 선고받아 복역했고, 2000년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뒤 한국 국적을 얻었다. 20여권의 연구서를 펴낸 그는 ‘실크로드학’을 정립한 석학으로 평가받는다. 아랍어를 포함해 12개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빈소는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27일이다.

윤예솔 기자 pinetree2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