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결정에도 승리의식 자제하고 상대방 포용해야”

입력 2025-02-26 02:00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이 열린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에 안전펜스가 설치되고, 경찰 버스가 차벽처럼 주차돼 있다. 경찰은 탄핵 찬성, 반대 시위대가 몰릴 상황에 대비해 200여대의 경찰 버스를 동원해 경비를 강화했다. 연합뉴스

시민사회와 학계 원로들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론이 어떻게 나오더라도 결과에 승복하고 포용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진보·보수 진영이 상대방을 향해 ‘이겼다’는 승리 선언을 하는 듯한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현직 대통령 체포·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한국 사회가 극심한 분열을 겪은 만큼 사회통합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을 지낸 김상근 목사는 25일 “탄핵 결과가 내가 바라던 쪽으로 결정이 났을 경우 ‘이겼다’는 감정을 자제해야 한다”며 “상대를 포용하고 안아줄 수 있는, 그리고 통합으로 갈 수 있는 넓은 가슴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대편을 패자로 몰아세우고 이긴 사람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식의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바라던 결론이 아니라고 해서 승복하지 않고 저항한다면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와 다를 게 없다. 그것은 대한민국이 그간 쌓아온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어떻게 하면 한 나라로 갈 수 있을까, 하는 그런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윤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이 헌재 판결 승복에 앞장서야 한다는 게 원로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는 “결과가 마음에 안 들 수 있지만 승복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만 열린사회 희망연대 상임고문은 “헌법이 있기 때문에 국가가 있는 것”이라며 “헌재가 대한민국에서 법적 심판을 내릴 수 있는 최상위 기관이기 때문에 심판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헌재가 결정문에 극심한 분열을 치유하는 통합의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상진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국민의식의 분열이 극단적으로 벌어진 상태”라며 “탄핵 인용이나 기각 결정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헌재가 대승적으로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결정을 내놓기 바란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멈춰 있던 각종 개혁 의제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탄핵 문제로 다 몰리면서 미래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여지가 다 사라져 버렸다”며 “미래세대를 위해 현재의 거버넌스 틀을 고쳐야 된다”고 제안했다.

한계를 드러낸 낡은 정치체제를 바꾸기 위해 정치권이 개헌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은 “제왕적 대통령제로 인해 비상계엄까지 나오게 됐는데 그런 걸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을 전제로 하는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며 “분권형 대통령제나 4년 중임제 등의 권력구조 중심 개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민주주의 정상화 추진단’을 발족하고 대통령 권력 집중 해소, 민주적 견제 시스템 강화 등 정치 시스템 개선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재희 김승연 한웅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