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연금개혁 논의가 좁혀질 듯 좁혀지지 않고 있다. 소득대체율(받는 돈) 1% 포인트 격차를 두고 대치 중인 상황에서 ‘자동조정장치’ 도입 문제가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다.
자동조정장치는 국민연금 가입자 수, 기대여명 등과 연동해 연금 인상액을 조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지난 20일 여·야·정 대표가 만난 국정협의회에서 도입 여부가 논의됐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기금 고갈을 막고 청년세대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자동조정장치가 필수라는 입장이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내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는 구조에서 청년세대의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는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개혁안”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국회에서 연금개혁 청년간담회도 열었다. ‘미래세대 부담’을 내세운 압박 전략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금 청년들에게 연금은 나의 노후를 지켜주는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 매달 보험료를 빼앗아가는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도입 불가’ 뜻이 완강하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자동조정장치는 ‘연금 자동삭감장치’”라며 “민주당은 그동안 일관되게 반대해 왔다”고 말했다. 현재의 저출산·고령화 추세를 봤을 때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연금 수령액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민주당은 자동조정장치에 ‘국회 승인’ 조건을 달 경우 검토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자동조정장치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고 본다.
자동조정장치 도입 여부가 연계되면서 모수개혁 논의도 답보 상태다. 여야는 보험료율(내는 돈)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는 데는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소득대체율 42%를 주장하는 국민의힘은 자동조정장치 도입이 전제될 때 43~44% 협상도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김 의장은 “인구 절반이 연금을 수급한다고 하면 1% 포인트당 310조원의 연금 부담을 지게 된다”며 “1~2% 포인트 차이가 작은 게 아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소득대체율 44~45%를 주장하고 있다. 진 의장은 “국민연금 모수개혁에 국민의힘이 무슨 조건을 이렇게 자꾸 다는지 모르겠다”며 모수개혁 우선 처리를 촉구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이번에는 반드시 여야 간 대승적 협의를 통해 지속 가능한 연금개혁 방안이 마련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밝혔다.
정현수 박장군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