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직원이 관할병원서 월급받듯 8100만원 뒷돈”

입력 2025-02-25 18:57 수정 2025-02-26 09:47
사진=연합뉴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지역본부의 심사직 직원이 관할 병원으로부터 약 6년간 월급 받듯 뒷돈을 챙긴 사실이 적발돼 감사원이 파면을 요구했다. 간병인이 환자를 폭행해 뼈가 부러지고 비장이 파열되는 사고가 난 요양병원도 심평원에서 1등급 평가를 받아 수억원대 정부지원금을 계속 수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심평원 정기감사 결과 보고서를 25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심평원 지역본부에서 심사직 과장(4급)으로 근무하는 A씨는 2017년 1월~2022년 10월 관할 지역에 있는 B의원에서 82차례에 걸쳐 모두 8100만원을 받았다. A씨는 한 달에 10회 정도 심사 업무 관련 자문을 해준다는 명목으로 매달 100만~120만원을 수수했다. 그는 2022년 4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B의원이 청구한 요양급여비용 명세서 262건을 직접 심사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A씨의 행위가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과 부정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심평원 직원은 내부 임직원 행동강령에 따라 직무와 관련해 금품 등을 수수하는 행위가 금지된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심평원에 공무원이 받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징계인 파면을 요구했다.

감사원은 이와 함께 요양병원에서 노인 학대 발생 시 평가 등급에 반영할 근거 등을 마련하라고 보건복지부에 통보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21~2022년 노인 학대가 발생한 92개 요양병원이 약 60억1000만원의 정부지원금을 받았다. 요양병원이 노인 학대로 행정처분을 받아도 평가 등급을 하향 조정하거나 지원금 지급에서 제외하는 규정이 없어서다.

서울 구로구의 한 요양병원은 간병인이 환자를 폭행해 늑골 골절 및 비장 파열이 발생했지만 심평원으로부터 1등급 평가를 받았다. 이를 근거로 2억여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의료인력 허위 신고로 40일간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요양병원 역시 1등급 평가를 받고 1억6500만원을 챙겼다.

감사원은 입원료 심사 관련 ‘이상기관’(입원 지표 개선이 필요한 요양기관) 선정 업무를 중단하지 않도록 하는 등의 입원료 심사제도 개선 방안도 마련하도록 심평원에 통보했다. 심평원은 2022년 6~8월 5차례 걸쳐 이상기관 1683곳을 선정해 각 지역본부에 통보했지만 ‘업무 과부하’ 등 명확하지 않은 사유로 업무 소관이 불분명해져 해당 업무가 중단됐다. 이상기관 선정 업무 부실 탓에 2022년 8월∼2023년 12월 의료기관 3909곳에 대한 체계적 심사가 진행되지 않은 채 요양급여비용이 지급된 점도 드러났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