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본 듯한 ‘경제·중도’… 이재명 전략, 2017년 文 닮았네

입력 2025-02-25 18:55 수정 2025-02-26 00:00
더불어민주당 박찬대(오른쪽) 원내대표와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진 의장은 국민의힘이 주장한 자동조정장치 도입이 연금 수령액을 줄인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병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제 중심’ ‘중도 확장’ 행보가 2017년 대선에서 승리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략과 사실상 판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 탄핵 정국, 경기 악화 상황에서 유력 야권 주자라는 상황적 공통점이 비슷한 전략으로 나타났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먹사니즘’을 포함해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잘사니즘’을 새 비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또 “진보 정책이든 보수 정책이든 유용한 처방이라면 총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후 ‘우클릭’ 행보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지난 18일 유튜브 채널 ‘새날’에서는 “앞으로 대한민국은 민주당이 중도보수 정권,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고 선언했다. 지난 24일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선 “민주당이 집권하면 코스피지수가 3000을 넘어갈 것”이라며 성장 자신감을 피력했다.

이런 이 대표의 외연 확장 전략은 문 전 대통령이 2017년 대선 후보 시절 앞세운 담론들과 흡사하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은 재벌 개혁 등 진보적 색채를 담고 있는 ‘경제민주화’ 대신 ‘소득주도성장’이란 키워드를 새롭게 꺼내 들어 중도층 공략을 꾀했다. 그때도 ‘이념보다는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하다’며 실용주의적 접근이 강조됐다.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1월 17일 출판기념회에서 “지금 촛불민심이 요구하는 정의는 보수냐 진보냐의 문제도, 좌우의 문제도 아니며 한국을 좀 더 상식적·정상적 나라로 만들어 달라는 소박한 요구”라고 말했다. 같은 달 31일 기자간담회에선 “국민의 먹고사는 것을 해결해 달라는 것이 민심”이라고 언급했다.

안보와 관련해서도 문 전 대통령은 “이명박·박근혜정부의 안보 성적보다 김대중·노무현정부의 안보 성적이 훨씬 나았다”며 중도·보수층을 안심시키려 했다. “안보 영역에서도 민주당이 더 유능했다”는 이 대표의 최근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두 사람이 놓인 상황적 공통점이 이 대표가 문 전 대통령의 8년 전 전략을 따르는 주요 이유로 꼽힌다. 민주당 관계자는 “탄핵 정국에서 진보 진영의 대세로 떠오른 뒤 중도층을 공략해 정권을 획득한 문 전 대통령과 상황이 같다보니 이 대표가 참고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 친명(친이재명)계 의원은 “그때나 지금이나 먹고사는 것조차 어려우니 분배보다 성장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경제 중심, 중도 확장이 대선용 말뿐인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문재인정부에서도 집권 후에는 정작 부동산·최저임금 문제 등에서 진보적 경제정책이 사용됐다는 것이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진보적 정책 브랜드를 강조한 만큼 중도 확장의 진정성을 더 의심받게 돼 있다”며 “향후 구체적인 정책 공약 등을 통해 진실성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