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車업계 ‘트럼프’ 후폭풍… 전기차 공장 운영축소

입력 2025-02-26 00:27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지난해 말까지 등록된 하이브리드 차는 202만4481대로 집계됐다. 2008년 하이브리드차가 국내에 처음 소개된 후 16년 만에 200만대를 돌파했다. 사진은 25일 환경친화적 자동차 구역이 표시된 서울 시내 한 공영주차장에 하이브리드차 등이 주차된 모습. 연합뉴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 공장 운영을 축소하는 등 전동화 전략을 대폭 수정하고 있다. 길어지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 움직임까지 겹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완성차업계는 수익성에서 유리한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2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스텔란티스그룹은 최근 캐나다 온타리오주 브램턴 공장을 전기차 공장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중단했다. 닷지 차저, 챌린저, 크라이슬러300 등 내연차를 생산해 온 이 공장은 전기차 중심 생산 시설로 내부 개조 작업을 진행해왔다.

스텔란티스는 내년부터 ‘지프 컴패스’의 전기 모델을 생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생산 시설 전환 작업을 중단하면서 모델 개발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조디 틴슨 스텔란티스 대변인은 외신에 “지금의 역동적인 환경에서 스텔란티스는 북미 지역의 제품 전략을 계속 재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BMW그룹도 영국 옥스퍼드의 미니(MINI) 생산 공장을 전기차 공장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잠정 중단했다. BMW는 지난해 6억 파운드(약 1조905억원)를 투자해 옥스퍼드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을 시작하고, 2030년까지 모든 모델을 전동화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었다. BMW그룹은 성명에서 “업계가 직면한 여러 불확실성을 감안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포드도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크빌 공장에서 양산 예정이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생산 시기를 미뤘다. 대신 내연기관 픽업트럭을 생산하기로 했다. 전기차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려던 공장을 내연기관 생산 공장으로 활용하게 된 셈이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전동화 전략에 대한 속도 조절에 나선 데에는 전기차 캐즘의 장기화와 트럼프 행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 등이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전기차 의무화 정책 폐지를 선언하고, 각종 보조금 혜택을 폐지 또는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회사들은 전기차보다 수익성이 좋은 내연기관으로의 회귀를 선택하고 있다. 포르쉐는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신차 개발에 8억 유로(약 1조242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최첨단 내연기관 밴’을 만들기 위한 기본 플랫폼을 새롭게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루카 데 메오 르노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유럽에서 전기차 기술이 주류로 자리 잡는 데 20년은 걸릴 것”이라며 “내연차 개발 속도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내연기관 연료와 전기를 동시에 쓸 수 있어 연비가 뛰어난 하이브리드차의 인기도 계속될 전망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모빌리티에 따르면 올해 하이브리드 신모델 출시는 43% 늘어난 116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과 미국의 자동차 정책 변화 등 영향이 하이브리드차 인기로도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