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시장도 불안… 中, 현지 배터리 생산기지 증설

입력 2025-02-26 00:16
연합뉴스

중국 배터리 업계가 유럽연합(EU)의 관세 장벽을 우회하기 위해 현지 생산기지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중국 CATL에 이어 4위 CALB도 유럽 내 배터리 생산 공장 건설 계획을 내놨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더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신정부 출범에 따라 불확실성이 커진 국내 배터리 업계의 위기감이 짙어지고 있다.

25일 일렉트라이브닷컴 등 외신에 따르면 CALB는 최근 20억9000만 달러(약 3조원)를 투입해 포르투갈 시네스에 연간 15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리튬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CALB가 유럽에 짓는 첫 공장이다. 전기차 배터리 18만7000개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오는 2028년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앞서 CATL은 지난해 말 유럽·미국 완성차 제조업체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스페인에 배터리 합작 공장 설립 계획을 밝혔다. 이는 독일의 공장과 올해 완공 예정인 헝가리 공장에 이어 CATL의 유럽 내 세 번째 공장이다. 중국의 엔비전 그룹 소속 배터리 기업 AESC도 스페인 카세레스에 공장 건설을 계획 중이다. BYD는 아직 공식적인 설립 계획은 없지만 헝가리와 스페인 등을 중심으로 생산 거점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유럽 생산 공장 구축을 본격화한 것은 미국 시장 진출이 사실상 막힌 상황에서 대체 시장인 EU의 고관세를 회피하기 위한 차원이다.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5.3%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현지 진출에 대한 제약은 상대적으로 적다. 이에 EU 역내 생산을 통해 관세를 피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향후 도입될 가능성이 있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무역 장벽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이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입지 축소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중국 배터리 업계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2020년 10% 수준에서 지난해 40%대로 치솟았지만 우리 기업의 점유율은 70% 수준에서 50%대로 하락했다. 올해는 유럽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의 점유율이 역전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공급 과잉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이라는 점에서 유럽 시장에서 저가 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유럽 내 경쟁자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국내 배터리 3사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