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5개 국립예술단체의 통합에 대해 단장이 공석인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를 제외한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국립합창단, 국립현대무용단 등 4개 단체가 단장 명의로 통합에 반대하는 공동입장문을 25일 문체부에 비공개로 제출했다. 이들은 개별 단체의 성격과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채 급박하게 통합을 추진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문체부는 3월에 발표 예정인 ‘문화비전 2035’에서 국립예술단체 운영에 대한 큰 폭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국립합창단, 국립현대무용단 등 5개 단체의 통합 사무처를 5월까지 신설해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국립예술단체의 분원을 지역에 설치한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문체부는 국립예술단체들의 자율성은 보장하면서 통합 사무처를 통해 행정업무 일원화와 경영의 효율성 강화를 꾀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예술계에선 공청회 한 번 없이 추진하는 졸속 통합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예술계의 반발도 점차 커지고 있다. SNS에는 무용계를 중심으로 ‘예술의 자유를 지키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통폐합에 반대하는 서명이 지난 24일자로 올라와 하루 만에 1000명을 훌쩍 넘었다. 무용계 관계자는 “현대무용의 경우 기본적으로 다른 장르보다 공적 지원 의존도가 높은 데다 소규모 단체 또는 개인 작업이 주류를 차지한다”면서 “국내에 창작춤 플랫폼인 국립무용센터나 국립안무센터가 없는 상황에서 국립현대무용단이 그 역할까지 하는 만큼 이번 통합은 여러 안무가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환경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또 국립발레단에서도 단원들이 5개 국립예술단체의 통합에 대해 반대하는 뜻을 노조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처럼 오페라하우스를 중심으로 오페라합창단, 발레단, 오케스트라가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시스템이라면 몰라도 극장도 없이 사무국만 통합하는 것은 전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기괴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국립발레단 이사회도 문체부가 통합 사무처 추진을 위해 국립예술단체마다 진행하던 정관 개정을 부결시켰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