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지 2개월이 지나지 않아 안성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교각 상판이 붕괴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상자가 10명인 고속도로 붕괴 사고가 179명을 희생시킨 무안공항 참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두 사고 모두 안전불감증이 낳은 사고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무안공항 참사의 피해를 키운 것은 활주로 끝에 설치된 로컬라이저라는 구조물이었다. 로컬라이저는 항공기와 충돌하더라도 충격을 완화할 수 있도록 쉽게 부러지는 소재로 만드는 게 원칙인데 무안공항은 처음부터 두꺼운 콘크리트로 구조물을 만들었다. 이 불법 구조물은 2007년 무안공항이 개항할 당시부터 존재했으나 참사가 날 때까지 17년 동안 시정되지 않았다. 말이 국제공항이지 2021년에는 국제선이 한 편도 없을 정도로 한산한 공항이다 보니 누구도 안전규칙을 꼼꼼히 챙겨볼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이다.
안성 고속도로 붕괴 사고는 시공사가 현대엔지니어링이라는 점에서 논란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4월 전남 무안에서 신축한 아파트 단지에서 5만8000건의 하자가 발생해 주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아파트 외벽은 비스듬하게 기울었고 창틀과 벽 사이가 벌어져 위아래층이 뚫리는 등 부실 시공 정도가 심각해 주민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3년 2분기 기준 100대 건설사 중 사망사고 1위의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이 회사의 공사현장에서 부실시공과 안전사고가 잦은 것이 우연일까.
대형 사고는 수십 차례의 경미한 사고와 수백 번의 징후가 나타난다는 걸 통계적으로 입증한 하인리히 법칙이라는 게 있다. 중대재해 1건이 발생하려면 같은 원인으로 일어나는 산업재해 29건이 미리 나타나고, 그보다 앞서 300건의 사고 징후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줄여서 1:29:300의 법칙이라고 한다. 뒤집어서 말하면 무수히 나타나는 사고 징후에 좀 더 예민하게 반응하면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안전불감증 사고를 줄여야 한다.
전석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