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총선에서 승리해 차기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 대표가 연일 유럽 자강론을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메르츠 대표는 24일(현지시간) 베를린 당사 기자회견에서 “‘미국 우선주의’가 ‘미국 단독주의’로 넘어가면 (유럽은) 난관에 봉착할 것”이라며 유럽의 안보 위기를 시간에 비유해 “자정까지 5분 남았다. 유럽은 빠르게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과 미국의 안보 관련 질문에는 “대서양 관계를 좋게 유지해야 서로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미국을 설득하겠다”면서도 “최악의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대서양주의자인 메르츠가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메르츠는 전날 선거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도 “나에게 최우선 순위는 유럽을 강화해 미국으로부터 진정한 독립을 이루는 것”이라며 “독일의 안보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해 수십년간 이어진 미국 의존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1일에는 핵무기를 보유한 영국·프랑스와 핵 공유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번 총선에서 제1당에 오른 기민당과 기독사회당 연합은 현 집권 사회민주당과 ‘좌우 대연정’을 추진한다. 메르츠는 “사민당과 건설적이고 신속한 대화로 부활절(4월 20일)까지 새 정부를 구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기민·기사당(208석)과 사민당(120석) 의석을 합하면 전체 630석의 절반을 넘겨 정부 구성이 가능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