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로디아를 취한
헤롯 안티바스의 탐욕 앞에
맨몸으로 막아서 저항한
광야의 외치는 자의 소리
그의 길을 예비하라 외치며
굽은 것을 곧게 하고 험한 길을 평탄케 하며
광야에 길을 내었던 길 위의 선지자
자유로운 바람의 영혼
한순간, 대답 없는 긴 침묵과
동굴의 암흑 속에 갇혀
요단강 강변에서 흔들리는 상한 갈대가 되었으나
목이 베일 때까지 피 토하며
그의 길을 외쳤던 달빛의 노래
죽어서야 주님의 칭찬을 받았던 그는
지금도 세상의 가장 어두운 밤하늘
어딘가 빛나고 있을
마지막 별의 노래이니.
소강석 시인, 새에덴교회 목사
드디어 세례 요한이다. 그는 예수의 공생애에 앞서 팔레스타인 지방에서 세례를 베풀며 활동했던 구약시대 최후의 예언자다. 성경에서는 사람들을 회개하게 하여 예수를 맞이하고 믿을 준비를 시키며, 예수가 곧 그리스도임을 증거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기에 예수의 말씀에 “여자가 낳은 자 중에 세례 요한보다 큰 자가 일어남이 없도다”(마 11:11)라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였던 그의 생애는 곤고했고, 헤롯의 탐욕 앞에 맨몸으로 저항하다 죽음에 이르렀다. 시인에 의하면 그것은 회피할 수 없는 그의 사명이었다. 그러므로 시인은 자신의 생명조차 귀하게 여기지 않은 ‘길 위의 선지자’요 ‘자유로운 바람의 영혼’이라 호명한다. 그렇게 ‘상한 갈대’는 ‘달빛의 노래’를 쉬지 않았으며, 지금도 ‘세상의 가장 어두운 밤하늘’에 ‘마지막 별의 노래’라는 시인의 상찬(賞讚)을 받고 있다.
- 해설 : 김종회 교수(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