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우려 교차하는 ‘의료개혁’… 변화 필요엔 공감대, 의료진 피로 시한폭탄

입력 2025-02-25 02:03
연합뉴스

의·정 갈등을 촉발한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는 정부의 4대 의료개혁 과제 중 하나였다. 의대 증원으로 전공의가 집단 행동에 나서면서 전공의에 지나치게 의존해온 의료 시스템의 민낯이 드러났다. 이로 인해 ‘지역 의료 강화’ ‘필수의료 수가 인상’ ‘의료인 의료사고 안전망’ 등 나머지 과제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짧은 시간에 압축적으로 진행되는 개혁 작업에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현장 의료진의 피로가 누적돼 언젠가 터질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권역 거점 병원의 A교수는 24일 “정부는 전문의 중심 병원을 말하지만 젊은 의사들은 수련 과정이 끝나면 업무가 많고 급여는 적은 종합병원에서 일하려 하지 않는다”며 “전공의들이 복귀해도 필수과 지원율이 굉장히 낮을 거라고 다들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교수들의 피로도가 굉장히 높은 상태라 불안불안하다”며 “당직비를 올려주는 한시적 조치가 많고 실제 (수가가) 조정된 것은 별로 없다. 의료개혁 방안에 대해 현장은 괴리감이 있다”고 말했다.

비수도권 종합병원의 B교수도 “최근 동료 교수가 수도권으로 가기 위해 그만둔다고 했다”며 “이젠 교수를 하려는 제자 자체가 매우 줄었는데, 의·정 갈등이 끝나도 후유증이 오래갈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필수의료 강화의 첫 단추였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고 보고 2차 병원으로 관련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환자·의사의 수도권 쏠림을 완화하기 위해 지역 거점 종합병원을 육성하고 상급종합병원(3차), 종합병원(2차), 동네의원(1차)이 각자 역할에 맞게 협력 진료할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이상일 울산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방향성은 동의하지만 대부분 정책이 건강보험 재정 투입과 관련돼 있어 재정 위기가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증 환자에 대한 수가를 올려준다지만 어떤 환자를 중증으로 볼지 분류하는 것부터 얼마나 정확한지 불확실하다”며 “단기적으로 확 줄어든 의사 인력이 정부 의도대로 움직일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조승연 전 지방의료원연합회장은 “환자들의 (3차 병원) 의료 이용을 강제할 수 없으니 의료기관 개혁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지금 현실이 암담하기는 하지만 나쁜 것만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는 공공병원을 강화하고 공공의대나 지역의사제 등을 통해 국가가 추진하는 공공적인 의사 양성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