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총선에서 중도보수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이 제1당을 차지했다. 차기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민당 대표는 미국에 의존하는 안보 체계 종식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독일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치러진 연방의회 선거에서 기민·기사당은 합계 득표율 28.6%로 1위에 올랐다.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20.8%를 득표하며 제2당에 등극했다. 독일 유권자들이 초강경 난민 정책을 내세운 우파 정당들에 표를 몰아준 것이다.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은 16.4% 득표에 그쳐 집권당에서 제3당으로 추락했다.
선관위는 연방의회 630석에서 기민·기사당이 208석, AfD가 152석, 사민당이 120석, 녹색당이 85석, 좌파당이 64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민·기사당과 사민당의 ‘좌우 대연정’이 성사되면 의석 과반을 확보해 정부 구성이 가능하다. 숄츠 총리는 사민당이 사상 최악의 성적으로 패배한 책임을 지고 연정 협상 참여는 물론 차기 정부 입각도 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좌우 대연정의 길을 열어뒀다.
기민·기사당 중심의 연정이 구성되면 기민당 대표였던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2021년 12월 퇴진한 이후 3년여 만에 보수 정권이 집권하게 된다. 과거 메르켈의 정적에서 유력 총리 후보로 돌아온 메르츠 대표는 투표 종료 직후 현지 방송에 출연해 “나에게 최우선 순위는 유럽을 강화해 미국으로부터 진정한 독립을 이루는 것”이라며 “독일의 안보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해 수십년간 이어진 미국 의존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럽의 운명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면서 “나는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들에 대해 어떠한 환상도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 총선 결과에 대해 “독일 국민도 에너지와 이민 등 비상식적 의제에 지쳤다. 독일과 미국에 굉장한 날”이라고 평가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