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피하자”… 중소·중견기업 ‘타국 이전’ 늘어난다

입력 2025-02-25 00:00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수출전략회의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중견 자동차 부품 업체 A사는 미국 정부가 알루미늄에 대해 25% 관세 부과 조치를 발표하면서 연내 미국 생산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A사는 국내에서 알루미늄 제품을 생산해 미국 판매법인을 통해 수출하고 있지만 제조까지 미국에서 하겠다는 것이다.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한국에서 생산한 제품의 대미 수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 여파로 생산거점을 타국으로 이전하려는 중소·중견기업이 늘고 있다. 아직 정책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에서 생산공장 이전을 확정한 사례는 많지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타깃이 된 품목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장 이전의 유불리를 따지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8일까지 생산거점 이전을 포함한 투자 진출 상담은 93건으로 전년 동기(72건) 대비 30% 증가했다.


관세를 피해 국내 복귀를 희망하는 기업 상담도 12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배 늘었다. 미국과 무역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중국에 진출한 자동차 부품 분야 기업의 문의가 주를 이뤘다.

관세 관련 상담은 172건으로 전년 동기 91건 대비 89% 급증했다. 동남아, 중동, 인도 등 대체 시장 발굴 관련 문의도 270건 이상 접수됐다.

상담 증가는 미국 신정부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자동차 관세를 어느 정도로 부과할 것이냐는 질문에 “25% 정도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지난 11일에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이들 품목 모두 한국의 대미 주력 수출품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관세 대응 여력이 부족하다. 해외 사업장 진출이나 시장 선택에서부터 각종 리스크에 취약하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89.8%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대한 대응 전략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지난 18일 ‘범부처 비상수출 대책’을 발표하고 해외 생산시설을 이전하거나 신규 투자를 한 기업에 대해 해외투자자금 대출 무역보험 보증 2조원을 지원하는 등 대책을 내놨다. 수출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무역보험 100조원을 지원하고 무역보험 보험료와 보증료를 6월까지 일괄 50% 할인한다. 연간 수출 실적 100만 달러 이하인 중소기업 3만5000곳에 대해선 단기수출 보험료 90%를 특별 할인한다. 코트라에 ‘관세대응 119’, 한국무역협회 내 통상법무대응팀을 각각 신설해 상담과 자문 지원도 한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