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대 증원을 100% 대학자율에 맡기는 것은 무책임하다

입력 2025-02-25 01:10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3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대회의실에서 의대 총장들과 영상 간담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를 100% 대학 자율에 맡기는 것은 무책임하다. 의대 증원을 포기하고 2024학년도 이전으로 돌아가는 대학이 나오더라도 수용할 수 있다는 그릇된 메시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의대 학장들은 어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만나 의대 정원을 3058명으로 되돌릴 것을 요구했다. 의대 학장들은 각 대학 총장에게 공문을 보내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은 2024학년도 정원으로 재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들의 요구는 의대 증원을 없던 일로 하자는 것이다. 만일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의대 증원을 2025학년도보다 줄이는 대학이 나타난다면 의대 증원을 통한 정부의 의료개혁은 뒷걸음질치게 될 것이다.

정부가 당초 의대 정원을 매년 2000명씩 늘리기로 발표했다가 2025학년도 증원 규모를 1500여명으로 축소한 것은 의료계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의사 가운을 벗어던지고 병원 문을 나선 전공의들은 대부분 돌아오지 않았고 의료공백은 해소되지 않았다. 지난해에 집단휴학한 의대생들은 올해도 집단휴학을 이어갈 태세다.

의료계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도 정부의 개혁 의지만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로부터 탄핵된 이후 의대 증원을 관철하려는 국무위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대 증원을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하겠다고 했고, 이 부총리는 증원 규모 결정을 아예 대학에 떠넘겼다. 내년 의대 정원이 올해(4565명)보다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의사 수 부족 사태 해결을 위해 매년 의대 정원을 2000명씩 늘리겠다고 발표한 것이 지난해 2월이다. 불과 1년 만에 ‘제로베이스에서 100% 대학 자율’로 정하도록 후퇴하는 것은 정부가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의 의대 증원 의지가 더 이상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