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하거나 낙오된 사람을 버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나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흡사 거대한 ‘오징어 게임’ 같다.”
배우 김새론(사진)씨의 최근 사망 사건에 미국 예일대 정신의학과 나종호 교수가 SNS에 남긴 일침이다. 유명 연예인이 목숨을 끊는 사건은 수십 년째 반복되고 있지만 죽음 후 애도만 있을 뿐이다. ‘생명을 살리는 종교’ ‘용서가 기반이 된 종교’인 기독교도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기독교 심리상담가, 자살 예방 전문가에게서 나온다.
먼저 타인을 정죄하지 않고 이해하려는 ‘긍휼’의 연습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정푸름 한국목회상담협회장은 2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여성인 데다 어린 배우를 향한 심각한 악플 공격은 가정 폭력의 작동원리와 같다”며 “동정심과 연민의 구체적 행위인 긍휼이 필요한 시대다. 예수께서 보여주신 것처럼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라는 큰 틀 안에서 모두가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이기에 김새론씨가 행복하지 않은 세상은 우리도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며 “교회가 설교나 소그룹 모임을 통해 관련 주제를 다루는 등 인식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포용적이지 않은 세태를 향해 교계가 지속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주중 교회를 심리상담소로 운영하는 오주헌 길가에성결교회 목사는 “교회를 포함해 사회 전반에 무자비 원칙이 만연해 있고 이는 익명성을 띠는 온라인에서 더 심각하게 작동한다”며 “하나님의 조건 없는 사랑을 경험한 기독교인조차 상대를 용서하거나 반성할 기회를 주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건 후 애도만 있을 뿐 배우가 어둠에서 나오려고 발버둥 치는 동안 공식적 지지나 격려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 안타깝다”며 소수의 부정적 의견이 여론처럼 만들어지는 과정을 막는 일에 교단이나 기독교단체가 연대하거나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을 지낸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생명 사랑이나 존중에 대한 기독교 본연의 가치에 교계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탈리아, 그리스, 남미 등 종교가 순기능을 하는 나라에서는 자살률이 낮다는 여러 조사 결과가 있다”며 “핵가족화, 고도 산업 사회에서 약화한 공동체 기능을 교계가 되돌아볼 때”라고 말했다.
조성돈 라이프호프 대표는 “특정인 비난 영상을 주로 제작하는 ‘사이버 레커’를 따라 함께 돌을 던지고 싶어하는 대중의 심리가 기독교인에게도 작동할 수 있다”며 “잘못된 정보에 끌려가는 식으로 연예인 등 공인에 집단적 폭력을 가하지 않도록 관련 인터넷 교육이 요구된다”고 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