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정이 24일 연금개혁과 관련해 실무급 협의를 개최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개혁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사소한 차이를 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보험료율(내는 돈)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는 데는 동의했다. 다만 자동조정장치(인구·경제 상황에 따라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 도입을 전제로 한 소득대체율(받을 돈)에 있어서 국민의힘은 42∼43%를, 민주당은 44∼45%를 주장한다. 서로의 입장차는 1% 포인트 정도에 불과한 셈인데 좀처럼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국민연금 개혁이 시급하다는 걸 여야가 모르진 않을 것이다. 기금 적자는 하루에 885억원, 연간 32조원씩 불어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57년에 국민연금이 완전히 소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럼에도 여야는 신경전을 거듭하고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시 소득대체율 조정에 유연성을 발휘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44% 안에는 고개를 젓고 있다. 민주당 역시 정부 개혁안 중 하나인 자동조정장치 도입에 대해 국회 승인을 조건으로 받아들일 것처럼 하다 시민단체들이 반발하자 후퇴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양당 모두 개혁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 따르면 소득대체율이 43%나 44%일 때 기금 고갈 시점은 둘 다 2064년이다. 적자 전환 시점만 다소 차이 날 뿐이다. 여야가 고집하는 수치가 국민연금 재정 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얘기다. 다음 달 중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인용이 되든 기각이 되든 정치적 혼란이나 조기 대선 열풍으로 개혁안 처리는 더욱 어려워진다. 상대에 대한 불신, 진영 논리로 시간을 보낼 때가 아니다. 여야는 어떻게든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자동조정장치 도입+43%(혹은 44%)’의 모수개혁안을 처리하기 바란다. 합의가 안되면 야당의 단독 처리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야당의 전매특허인 강행 처리가 이때만큼은 박수를 받을 것이다. 국민의 미래가 달린 일이다. 정치가 더 이상 무책임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