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꽃 없는 꽃 축제

입력 2025-02-25 00:40

섬진강 주변을 물들이는 연분홍 매화, 노란 물감을 뿌려놓은 듯한 산수유. 봄이 왔음을 꽃으로 안다. 추위를 견디며 피어난 매화는 ‘봄의 전령’으로 불린다. 기상청은 ‘임의의 한 가지에 세 송이 이상의 꽃이 활짝 핀 때’를 개화로 본다. 지난해 매화는 평년에 비해 한 달가량 빨리 피었다. 포근한 겨울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도 그럴까? 이상 기후 여파로 봄꽃 개화 시기 예측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온도 상승, 갑작스러운 한파, 강수량 증가는 식물의 생장 주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평년보다 따뜻하거나 반대로 늦은 서리와 한파가 겹치면 꽃은 예정보다 빠르거나 늦게 핀다. 난감해지는 건 꽃 축제를 준비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다. 꽃 축제는 자연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지역 경제 활성화와 문화 교류의 장이 된다. 꽃이 제때 피지 않으면 여러 문제가 생긴다.

대표적인 봄꽃축제인 ‘진해 군항제’는 지난해 역대 가장 빨리 축제를 열었다. 원래는 4월 1~10일이 축제 기간인데 꽃이 빨리 핀다는 소식에 조례를 변경해 일주일 앞당겼다. 그러나 행사 첫날 꽃이 거의 피지 않아 벚꽃 없는 벚꽃축제가 되고 말았다. 여의도 벚꽃축제는 개나리 목련 벚꽃 등을 다 아우르는 여의도 봄꽃축제로 이름을 바꿨다. 지난해는 전국적으로 개화 시기를 못 맞춰 ‘벚꽃 시계 고장’이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올해도 우려하는 일이 일어났다. 우리들의 첫봄 소풍을 내건 순천 ‘탐매축제’는 당초 지난 22일 개막하려 했으나 3월 2일로 연기했다. 일조량 부족에 기습 한파까지 닥치면서 꽃봉오리만 맺힌 상태였기 때문이다. 경남 양산시는 3월 1일 ‘원동매화축제’를 시작할 예정이지만 아직 꽃이 피지 않아 걱정이다. 광양 매화마을이나 구례 산수유마을로 떠나는 여행사 상품에는 ‘봄꽃 개화 및 만개 시기는 평년과 달라질 수 있으며 개별적으로 확인하기 바란다’라고 적혀있다. 무엇이든 타이밍이 중요한데 봄꽃 타이밍 맞추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 됐다.

한승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