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내달 외교장관회담 협의 중”… 한·중관계 ‘해빙기’ 맞을까

입력 2025-02-24 18:58

2017년 ‘한한령’(한류 제한령) 이후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가 해빙기에 접어들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음 달 한·중 외교장관회담 개최와 한한령 해제 등을 통해 대중 외교가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견제 대열 동참 압박과 국내에서 고조되는 반중 정서가 걸림돌로 평가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24일 “한·중·일 외교장관회담 개최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외교가에 따르면 3국 외교장관회담은 다음 달 21~23일 일본에서 열릴 가능성이 크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일본에서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과 만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2008년 한·중·일 정상회담 개시 이후 3국이 차례로 의장국을 맡아 왔는데, 올해는 일본 순서다. 이 자리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또 한·중·일 외교장관회담이 성사되면 이를 계기로 한·중 양자회담도 열릴 수 있는데, 이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

외교가는 특히 중국과의 문화 교류 재개에 거는 기대가 크다. 중국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기구는 다음 달 한국에 ‘문화사절단’을 파견할 예정인데, 이때 한한령 해제 등이 본격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국내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한령을 꺼냈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미국의 견제에 대응해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필요가 생겨 한국에 유화 전략을 사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또 내년 APEC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려면 (올해 경주에서 APEC을 치르는) 한국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의 대중 강경책이 한국의 외교적 선택지를 좁히는 한 요인으로 꼽힌다. 앞선 한·미·일 외교장관회담 공동성명에는 미국 측 요청에 따라 “대만의 적절한 국제기구에 의미 있게 참여하는 데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한국은 ‘적절한’이라는 단어를 삽입해 수위 조절에 나섰으나 중국의 거센 항의를 피하진 못했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개별 사안이 양국 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하에 외교 채널을 통해 긴밀하게 소통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 서비스 제한 조치, 중국의 부정선거 개입 음모론 등을 이유로 번지는 반중 정서도 문제다. 이에 대해 다이빙 주한 중국대사는 지난 19일 소셜미디어에 “대만 문제, 한국 내 일부 세력이 루머를 퍼뜨리고 반중 감정을 조장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요구하는 대중 강경책에 동참한다면 (미국 측이 한국에 내밀) ‘청구서’ 수위가 낮아질 수 있지만 대중 외교 역시 포기할 수 없으니 고도의 외교적 전략을 짜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