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복음 싣고 달려라… 작은 교회에 미션카 보내요”

입력 2025-02-25 03:00
눈발이 날리던 지난 3일 경기도 의왕 부곡감리교회에서 제34호 미션카 기증식이 열렸다. 이주헌(왼쪽) 미션카선교회 대표가 제작한 감사패를 홍병수(가운데) 부곡감리교회 목사와 김바울 예사랑교회 목사가 함께 들어 보이고 있다. 미션카선교회 제공

서울 구로구 예사랑교회(김바울 목사)는 3년 전 개척된 교회로 10여명 성도가 출석하고 있다. 성도 대부분이 70대 이상으로 고령이지만 교회는 ‘국제의료센터’를 통해 해외 선교지에 의약품을 보내는 사역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교회는 가리봉동에 거주하는 소외 이웃을 위한 사역에도 정성을 쏟는다. 교회 앞에는 ‘사랑의 쌀독’과 ‘나눔 공유냉장고’가 있다. 사랑의 쌀독에는 한 끼 식사마저 어려운 이웃들이 부담 없이 가져갈 수 있도록 쌀과 생필품 등이 들어있다. 나눔 공유냉장고에는 집배원과 택배기사를 위한 시원한 음료수가 갖춰져 있다.

김바울 목사는 병원에서 근무한 이력을 살려 중국 선교사로 북한 선교, 의료품 전달 사역 등을 하다 2022년 중국 당국으로부터 추방됐다. 한국에 돌아와 교회를 개척한 그는 선교지에서 못다 한 사역을 이어갔다. 지난 1년간 국내에 방문한 150여개국의 300여명 선교사들에게 기증받은 의약품을 전달했다.

8개월 만에 기도 응답

김 목사는 2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선교사로 활동할 당시엔 렌터카를 썼고, 해외로 이주하는 후원자가 기부한 작은 차량을 2년간 사용했다”며 “하지만 작은 차량으로는 의약품 및 생필품 운반, 심방 등에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김 목사는 차량을 위해 기도하는 한편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모임에서 만난 미션카선교회 대표 이주헌 목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 기도는 8개월 만에 응답받았다. 예사랑교회는 미션카선교회를 통해 34번째 미션카를 기증받았는데 기증 교회는 경기도 의왕 부곡감리교회(홍병수 목사)다. 부곡감리교회는 1945년 11월 창립된 이후 복음 전파와 지역사회 섬김에 앞장서고 있다.

홍병수 목사는 “교회 성도들은 부곡 지역의 모교회라는 자부심을 품고 국내외 선교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며 “한국교회의 일원으로 미션카 34호차를 보내기로 했다. 성도들의 기도와 섬김 덕분”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지난 3일 기증식 이후 미션카로 한결 수월하게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부곡감리교회에 감사 인사를 전하며 “미션카는 거동이 불편한 성도님들의 발이 되어주는 등 현장에서 잘 사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초교파로 확장된 미션카 사역

미션카선교회는 2020년 3월 1호차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국내 작은 교회에 34대의 미션카를 보내며 선교에 힘을 실어주는 사역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기감 내에서 작은 운동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초교파적으로 확장됐다.

작은 교회를 위한 차량 지원은 한국교회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이다. 사랑의교회 연세중앙교회 등 대형교회가 주최하는 행사에서 1등 상품으로 승합차를 제공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경조사 방문, 심방, 전도 물품 운반 등 많은 사역이 차량을 통해 이뤄지는데 어려운 교회일수록 차량 구매가 녹록지 않은 점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시골교회에서는 고령의 성도들을 모시고 교회를 비롯해 병원 등에 갈 수 있도록 돕는 차량 사역이 중요하다. 중소 도시에 있는 교회에서도 수도권보다 교통이 불편하기에 승합차가 선호된다.

존 웨슬리도 ‘말 타는 사역자’

열악한 사역이 활기를 띠려면 기동성을 갖추는 게 필수다. 감리교 창시자인 존 웨슬리(1703~1791)는 52년간 잉글랜드와 주변의 섬, 웨일스와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전역에서 복음을 전했다. 평생 거의 매일 두세 지역을 방문해 설교했는데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하루에 100㎞가량 말을 타거나 걸어 다니며 복음 전파에 매진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미션카 사역으로 작은 교회가 활발하게 선교할 수 있다”며 한국교회의 관심을 당부했다. 이 대표는 “중고 승합차가 중고차 시장에서 헐값에 거래되거나 폐차되는 현실을 보며 조금만 더 활용하면 선교 현장에서 귀하게 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미션카 사역은 결국 교회 선교의 영역이 넓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