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학 연구 혁신을 위한 피벗

입력 2025-02-25 00:32

최근 챗GPT, 딥시크 등 대규모 인공지능(AI) 언어모델의 등장은 기술·산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러한 혁신의 중심에는 선도적 연구를 이끌고 인재를 길러내는 대학이 있다. 실제로 AI의 비약적 발전은 대학 연구진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AI 모델링을 선도한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교수, 2024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제프리 힌튼 토론토대 교수 등이 참여한 ‘브레인 프로젝트’는 구글 AI연구소의 토대가 됐다. 이처럼 대학은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핵심 기반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대학 연구시스템의 근본적 혁신과 연구생태계 확충을 위해 ‘국가연구소(NRL2.0)’ 사업과 ‘이공계 연구생활장려금 지원(한국형 STIPEND)’ 사업을 발표했다. 국내 대학은 학과 중심 운영으로 대형·융복합 연구가 미진하고, 학령인구 감소와 해외 인재 유출 등으로 안정적 연구생태계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해외 주요국이 개인-집단-기관으로 대학 연구지원체계를 확장한 반면 우리나라는 개인과 소규모 그룹 지원에 그쳐 대학 전체 역량 강화에 한계가 있었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과기정통부는 세계적 대학부설연구소를 육성하고 이공계 대학원생의 안정적 연구 여건 조성을 위한 두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이는 개별 연구자나 연구실을 넘어 기관 단위 연구지원체계를 도입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과기정통부와 교육부가 함께 추진하는 NRL2.0 사업은 대학부설연구소를 글로벌 연구 거점으로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존 대학의 연구지원이 개별 연구자와 연구실 단위로 이뤄졌다면 NRL2.0은 지원 규모를 연 100억원으로 확대해 연구소 단위로 지원한다. 연구소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연구·시설·인력까지 패키지 형태 지원을 통해 대학의 연구역량을 체계적으로 강화하고 시스템 혁신의 기폭제로써 글로벌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공계 연구생활장려금 지원 사업은 이공계 대학원생이 연구와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대학 차원의 지원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연구책임자의 부담을 경감하고, 학생인건비 최저기준 보장과 지급 불안정성을 해소할 것이다. 아울러 석박사 과정의 연구이력, 지원현황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연구자 경력개발 및 처우관리 체계가 고도화될 것이다. 이처럼 대학의 학생연구자 지원체계를 보강해 마음껏 연구하고 도전하는 대학 연구 생태계를 확립하는 촉진제가 될 것이다. 필자가 즐겨보는 겨울 스포츠인 농구에는 ‘피벗’이라는 기술이 있다. 한 발을 축으로 여러 방향으로 득점 기회를 만들어 내는 동작이다. 피벗이 단순한 한 번의 움직임이 아니라 경기 흐름을 바꾸는 결정적 순간이 되듯 두 사업이 대학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전환점이 돼 대학 연구 시스템 혁신과 튼튼한 연구 생태계 확충에 새로운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창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