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가 지난해까지 2년 연속 국내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노스페이스는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며 독보적인 브랜드 입지를 구축했다. 이를 이끄는 성가은(43) 영원아웃도어 사장은 성장의 비결을 묻는 말에 ‘흔들리지 않는 원칙’을 강조했다.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트렌드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신앙을 지키면서도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비즈니스를 할 수 있습니다.”
지난 19일 서울 중구 노스페이스 명동점에서 만난 성 사장은 “경영에서 중요한 것은 단기적인 유행을 좇는 게 아니라 일관된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스페이스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어 온 그의 경영 철학에는 원칙이란 기준이 분명했다.
경영자는 실력으로 말한다
성 사장은 2004년 노스페이스 한국 총괄을 맡고 있는 영원아웃도어에 입사해 광고·홍보 업무를 시작했다. 이후 마케팅과 영업 부분을 두루 거쳤고 2016년부터 노스페이스 국내 사업을 책임지며 브랜드 성장을 주도했다. 2023년 처음으로 노스페이스 브랜드 단일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이정표를 세웠다.
그는 “1조원이라는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신뢰”라며 지속적인 성장의 핵심을 ‘경쟁력 있는 브랜드 가치’에서 찾았다. 이를 위해 경영자는 흔들리지 않는 원칙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성 사장은 “크리스천 경영인으로서 실력으로 인정받는 것이 신앙적 책임”이라고 전했다. 구약 잠언 22장 29절의 ‘자기 일에 능숙한 사람은 왕 앞에 설 것’이라는 구절을 인용하며 “경영자는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크리스천 비즈니스 그룹에서는 이윤 추구를 죄악시하기도 하지만 성 사장의 생각은 다르다.
“기업은 NGO가 아닙니다. 지속 가능한 선한 영향력을 위해서는 먼저 가치를 창출해야 합니다. 기업이 건강하게 운영될 때 더 많은 사회적 이바지를 할 수 있기에 책임 있는 경영은 신앙적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경에서 답을 찾다
성 사장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성경을 찾는다. 그는 “경영을 하다 보면 예측하지 못한 변수들이 계속 생긴다”며 이런 상황에서 성경을 보면 답이 보일 때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 유학 시절 한국인 친구들을 따라 우연히 교회에 나가면서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성 사장은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이었지만 점차 신앙이 삶의 중심이 됐다”고 회상했다. 특히 성경 읽기는 신앙을 다지는 중요한 습관이 됐다. 1년에 두 번 이상 성경을 완독하며 이를 통해 삶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기준을 배웠다.
성경 중심의 신앙은 그의 경영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노스페이스는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가 아니다. 국가대표급 선수들에게 물품 등을 지원하며 스포츠와 탐험의 역사를 함께 써 내려가려고 한다. 성 사장은 “브랜드의 가치를 키우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소개했다.
그는 기업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신뢰’를 꼽았다. 조직 내 신뢰가 없으면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다는 게 평소 지론이다. 성 사장은 신앙적 가치를 조직 문화에도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몇몇 크리스천 팀장들과 함께 성경을 읽는 시간도 갖고 있다. 그는 “직원들에게 신앙을 가르치거나 강요하는 게 아니라 내 삶을 통해 모범을 보여주려는 노력”이라고 덧붙였다.
고민 말고 성장하라
성 사장은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 전문직 크리스천 공동체(OCC) 활동과 함께 ‘어!벤처스’ 초창기 멤버로 활동하며 젊은 크리스천 CEO들을 만나 멘토링해왔다. 그는 신앙과 경영의 균형을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혼자 고민하지 말라”고 조언한다고 전했다.
“혼자 고민하면 답이 없습니다. 믿음의 공동체를 만들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는 신앙을 실천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만 하지 말고 실행하라”며 “하나님의 뜻을 구하면 하나님이 쓰지 않으실 리가 없다. 주저하지 말고 용기를 내라”고 당부했다. 실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성 사장은 “무조건 신앙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래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앙과 경영이 충돌하는 순간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어떤 결정이든 성경이 기준이 되면 명확해진다”며 “어렵고 힘든 순간도 있지만 흔들리지 않는 기준이 있으면 방향을 잃지 않는다”고 답했다. 끝으로 신앙을 삶에서 자연스럽게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아래와 같이 강조했다.
“신앙이란 교회에서만 실천하는 것이 아닙니다. 삶 속에서, 직장에서, 내가 있는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신앙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