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아이들을 위한 독서교실 북적… “교회가 세컨드홈 될 것”

입력 2025-02-25 03:06 수정 2025-02-25 18:18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이 최근 서울 마포구의 서부교회 다니엘학교에서 열린 독서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서부교회 제공

서울 마포구 한 대단지 아파트촌에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서부교회(임채영 목사)가 있다. 교회는 재개발 뉴타운이 들어서기 훨씬 전부터 있었다. 동네가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교회는 세 번이나 자리를 옮겼지만, 동네 아이들을 포함한 다음세대 교육에 대한 마음과 관심은 한결같다. 최근 교회에서 만난 임채영 목사는 “맞벌이 가정이 훨씬 더 많아지고 그들의 고민이 무엇이며 어떤 것이 필요한지 등 교회가 지역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항상 고민한다”고 말했다.

널찍한 공간 … 동네 아이들 위한 교실

지난 11월 다니엘학교 수강생과 어린이 성도를 대상으로 열린 독서 일일 캠프 모습. 서부교회 제공

엘리베이터를 타고 교회 5층에 내리면 1600여권 장서가 가득한 도서관이 정면에 보인다. 그 왼편으로 널찍한 공간이 교실로 꾸며져 있다. 나이에 맞춘 서로 다른 크기의 책상과 의자가 놓여 있고, 벽면을 둘러싼 책장에는 다양한 책과 연구 자료가 채워진 모습이다. 이곳은 지역 아이들을 위한 독서 수업 등이 이뤄지는 ‘다니엘학교’의 공간이다. 다니엘학교 책임자인 신효진 부장은 “동네 아이들을 위한 교회 교육 프로그램은 20년 가까이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됐다”고 설명했다.

다니엘학교를 대표하는 건 독서 수업이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 평균 3~4개 수업이 이뤄진다.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 수강생은 60여명이다. 특히 미술과 독서를 연계한 ‘아트앤북스’가 인기가 높다. 신 부장을 포함해 교사 7명이 1시간30분 수업을 진행한다. 교사 대다수는 독서지도사 자격을 갖추고 있으며, 미술 전공자도 상당하다. 신 부장은 “80%는 교회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이라면서 “그런데도 ‘사소한 것까지 기억하고 챙겨주시는 게 학원과 다르다’고 학부모들이 평가해 주실 때 ‘하나님의 사랑이 전해진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고 웃었다.

교사의 마음가짐과 열정은 여느 학원 못지않게 뜨겁다. 교회 수업이라고 대충 한다는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기도 하다. 교사 한 명이 1년 동안 담임을 맡아 아이들의 변화를 자세히 지켜본다. 한 달에 네 권, 수업에 필요한 책을 연구하고 활동지도 직접 만든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과학 미술 요리 및 신체 활동을 함께하는 독서 일일 캠프를 열기도 한다. 교사로 봉사하는 안소희 집사는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을 위한 교육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재개발 지역, 변화마다 수업 달라져

교회 교육 총괄인 왕정욱 목사는 “주중엔 교회가 썰렁한 경우가 많은데 (우리 교회는) 평일 수업을 듣는 아이들이 드나들기에 분위기가 다르다”며 “또 그 아이들이 교회와 가정 사이의 연결고리가 되는 등 브리지(다리)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재 다니엘학교는 독서 수업보단 규모가 작지만 모래놀이그룹상담, 발레교실도 진행하고 있다.

교회는 지역 변화에 따라 교육 목표를 수정해왔다. 대규모 재개발이 있기 전 동네에 학원이 많지 않던 시절엔 영어수업으로 동네 아이들을 가르쳤다. 2009년 재개발 사업이 시작되며 교회가 상가에 세 들었을 땐 방과후교실을 운영했다. 철거로 많은 이들이 떠난 동네에서 교육 공백을 채우기 위함이었다. 한 초등학교 앞에 자리 잡은 교회엔 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찾아왔다. ‘다니엘같이 지혜로운 아이들로 성장시키자’는 바람을 담은 다니엘학교라는 이름도 그때 생겼다. 국·영·수 등 모든 과목을 다루고 원어민 수업까지 했다. 신 부장은 “한 달에 한 번씩 박물관에 가는 등 체험학습도 했다”며 “권사님들은 간식을 챙겨주시며 아이들을 보살펴 주셨다”고 했다.

2014년 말 현재의 위치로 예배당을 옮긴 뒤 다니엘학교는 교회 5층을 거의 다 사용하다시피 하면서, 달라진 교육 환경에 걸맞은 독서 교육에 특화된 수업으로 정착했다.

“함께 양육…교회가 ‘세컨드홈’ 됐으면”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까지 독서 수업은 대기를 받아야 할 정도로 인기였다.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동네 커뮤니티엔 ‘좋은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교회’라는 입소문이 나 있다. 그러나 교육 환경이 계속 달라지기에 교회는 지역의 변화와 함께 바뀔 채비를 한다. 임 목사는 “점점 많아지는 맞벌이 가정 아이들을 위해 교회가 원스톱으로 해줄 수 있는 부분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교회가 가정과 함께 아이들을 양육해 나가는 이른바 ‘세컨드홈’이 되길 소망한다”고 강조했다.

교회는 지역에서 어떤 기관으로 남을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심한다. 교회에 키즈카페가 생기면 좋겠다는 학부모 제안도 많았지만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임 목사는 “주변 상권에 피해를 줄까 봐 섣불리 그럴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하나님은 이 세상을 위해 교회를 세우신 것”이라며 “다니엘학교 등을 통해 저출산과 사교육 부담을 함께 짊어나가려고 한다”고 했다.

교회가 지역 사회 문제를 위해 나설 때 걸림돌이 되는 제약은 넘어야 할 산이다. 임 목사는 “많은 교회가 지역 사회를 섬기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싶지만 ‘어떤 법적 근거로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인가’ 등에 대한 문제점에 부딪힐 때가 적지 않다”며 “지역사회를 위해 교회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끊임없이 준비하는 공동체가 되고 싶다”이라고 부연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