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 수동 작동하겠다는 野

입력 2025-02-23 19:16
국정 안정을 위한 국회-정부 국정협의회가 지난 20일 오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리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연금 개혁을 논의 중인 여·야·정이 인구 구조 변화에 맞춰 연금액을 조절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으로 의견을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기대수명이 늘어날수록 연금 수령액이 깎인다는 이유로 자동조정장치 도입에 반대해 왔던 야당이 ‘국회 승인’을 전제로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논의가 진전됐다. 하지만 시민사회에선 이 같은 ‘조건부 자동조정장치’가 당초 도입 취지를 훼손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여야는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여·야·정 국정협의회 4자 회담’에서 ‘자동조정장치 발동 시 국회 승인’을 전제로 제도 도입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동조정장치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 이 대표는 정부·여당에 소득대체율 44% 수용과 발동 시 국회 승인을 필요로 하는 ‘조건부 자동조정장치’란 두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여야는 소득대체율 43%와 44%를 제시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조정장치는 가입자 수, 기대수명 등 인구 변화에 따라 연금액을 조정해 기금 소진 시점을 미루는 장치다. 연금 인상분을 조정하기 때문에 소득보장성이 축소되는 면이 있다. 정부는 이러한 자동조정장치의 발동 시점을 급여 지출액이 보험료 수입을 초과하는 연도로 규정해야 한다고 본다.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2%, 기금수익률 5.5%로 가정할 경우 가장 빠른 발동 시점은 2036년이다. 다만 여야가 소득대체율을 43~44%에서 합의할 경우 자동조정장치 작동 시점은 당겨질 수 있다.

재정안정과 소득보장을 요구해 온 시민·노동단체에서는 ‘조건부 자동조정장치’를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주장해 온 연금연구회의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23일 국민일보에 “자동조정장치는 정치적 판단을 배제하고 시스템에 맞춰 연금액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장치”라면서 “매번 국회 승인을 거치게 한다면 정치적 밀당(밀고 당기기)에 시간만 쏟아 결국 자동이라는 의미가 퇴색된다”고 비판했다.

소득보장을 중시하는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 측도 자동조정장치가 정치 상황에 따라 오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금행동은 전날 낸 성명에서 “집권당은 언제든 바뀔 수 있고 (장치 발동에 관한) 표결 또한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며 “매번 표결하는 번거로움과 국민의 피로도를 고려하면 종국에는 표결 없는 ‘무조건 자동조정장치’ 도입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