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얼리 시장서도 깊은 양극화

입력 2025-02-24 00:00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주얼리 시장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가성비를 앞세운 국산 패션 액세서리는 잘 팔리지 않지만 백화점마다 해외 럭셔리 브랜드를 중심으로 ‘하이엔드 주얼리’ 마케팅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 주얼리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갤럽이 월곡주얼리산업연구소의 의뢰로 시행한 ‘패션주얼리소비자조사 2024’에 따르면 지난해 국산 패션 주얼리 구매율은 13.4%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산 구매율이 가장 높았던 2020년(19.4%)과 비교하면 구매량이 30.9%가량 줄어들었다. 최근 5년 새 들쭉날쭉하던 패션 주얼리 시장은 2023년 7000억원대를 육박했으나 지난해 5753억원으로 내려앉았다. 시장 규모 자체가 줄어든 가운데 국산 비중은 더 낮아지며 양극화 현상이 짙어졌다.


주얼리 시장은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패션주얼리소비자조사 2024’에서 응답자 1500명 가운데 ‘주얼리에 관심 없음’이라고 답한 사람이 54.1%로 가장 많았다. ‘불필요한 소비 절감’을 이유로 패션 주얼리를 구매하지 않았다는 사람은 12.0%였다. 오랜 불황에 패션 주얼리 카테고리는 소비 순위에서 뒷전으로 밀려났다. 불경기가 해소되지 않는 한 주얼리 시장의 성장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도 해외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백화점 3사에서 명품 제품군 중 주얼리 매출 신장률은 높은 편에 속한다. 지난해 분기별 매출이 많게는 전년 대비 30%를 넘어서는 성장세를 보였다. 해외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는 1년에 두 세 차례씩 가격을 올리며 ‘오픈런’ 행렬을 부른다. 까르띠에는 지난 4일 전 제품 가격을 약 6% 올렸다. 지난해 11월 가격을 3~5% 인상한 지 불과 3개월 만이다. 티파니앤코도 올해 국내에서 판매하는 일부 상품 가격을 인상했다.

우리나라는 우수한 세공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프리미엄’을 중시하는 국내 소비자 특성상 국내 기업들은 패션 주얼리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값비싼 해외 브랜드에만 “오늘이 가장 싸다”며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다.

녹록잖은 시장 환경에서 한국 주얼리 업체들은 젊은 층의 소비 트렌드에 주목하면서 돌파구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온라인 채널을 통해 주얼리를 찾는 2030 세대가 ‘나만의 개성 표현’(48.4%), ‘기분전환’(27.3%)을 위해 패션 주얼리를 구매한다는 점에 착안해 공략 포인트를 찾고 있다.

패션업계에서는 차별화된 디자인과 품질 향상을 통해 국내 시장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위축과 별개로 개성 표현과 스타일 표출을 원하는 사람들은 많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판매량을 늘리기보다는 소비자 경험을 개선하고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정서적 측면을 부각하는 마케팅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