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폴란드 목회자 함께 동서양 교회 ‘교류의 다리’를 놓다

입력 2025-02-25 03:07
체자리 리브스키 그단스크트체프교회 목사가 2019년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열린 ‘한·폴 목회자 아카데미’에서 교회 역할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아래쪽은 같은 해 김상칠(왼쪽) 폴란드 선교사가 현지 노숙인에게 음식을 전달하는 장면.

1990년대 중반 선교지인 폴란드에서 ‘칭챙총’(중국인으로 인식되는 동아시아 출신을 조롱하는 인종차별적 용어)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무슨 뜻인지 몰라도 표정을 통해 놀리는 말인 줄 짐작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이 말을 쓸 땐 ‘순수 백인이 90% 이상인 이곳에 동양인이 거의 보이지 않으니 신기해서 그러나 보다’ 싶었다. 그런데 말쑥한 차림의 어른들로부터 이 말을 듣자 동양인에 대해 인종차별 하는 분위기를 알 수 있었다.

유럽 선교사는 선교지에서도 무시당하고 고국에서는 ‘유럽이 무슨 선교지냐’는 말을 들으며 서러움을 겪었다. 90년대만 해도 디아스포라 한인을 위한 선교보다 구제와 봉사를 원하는 열악한 제3세계 지역의 선교를 우선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복음의 텃밭에서 동양인이 복음을 전하기는 쉽지 않았다. 더구나 이곳은 국민의 98%가 로마가톨릭 신도들이다. 골목마다 우리나라로 치면 고려 시대에 세워진 성당들이 거대한 산같이 자리 잡고 있다. 처음 만난 폴란드 목사들은 콧대가 높아 쉽게 마음을 열지도 않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힘들었다.

한국인 선임 선교사가 없었기에 무엇을 하든지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했다. 눈과 비를 맞으며 거리 사역으로 노숙자들을 돌봤고, 문화 사역으로 한국문화 교실을 강의하며 신문을 발행했다. 교육 사역으로 폴란드 교회를 찾아가 한국교회를 소개하며 함께 하길 권면했다. 그때 세웠던 꿈이 영성과 지성의 만남인 ‘한·폴 목회자 아카데미’의 설립이다.

2006년 제1회 아카데미를 개설한 뒤 한국에서는 4명의 목사가 아카데미를 듣기 위해 건너왔다. 폴란드에서는 10개 교회의 12명 목사가 참여했다. 동서양 교회가 만나 세상의 빛이 교회를 비추는 현실에서 세상의 빛인 교회의 사명을 다하자는 진지한 고민을 나눴다.

지성적인 유럽교회와 새벽기도로 영성을 다진 한국교회가 서로의 장점을 배운다면 교회의 지도자들이 변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교회가 주님의 뜻을 이뤄가는 길이라 생각한 것이다. 이렇게 시작한 모임은 현재 18년이 넘어가며 10개국 회원 교회로 성장해 폴란드를 넘어 유럽으로 북미로 이어지고 있다.

선교는 복음을 보여주며 나눠주는 것도 있지만 함께 고민하며 살아가는 방식도 있다. 폴란드 목회자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함께 하기까지는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이들과 같은 색깔이 되려고 노력했고 이들과 같은 냄새를 풍기며 살아왔다.

시간이 지난 후 들은 이들의 고백이다. “우리 모두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한국교회는 실천에 옮겼고 우리는 머리와 마음에 담아두고만 있었다.”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야보지노 교회의 스카비니악 친구 목사는 새벽기도를 하고 싶어서 교회에 알렸지만 동참하는 성도 없이 홀로 5년을 매일 기도했다고 전했다. 현재 야보지노 교회는 지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교회가 되었다.

폴란드 교회는 지금 성장점에 있지만, 현직에 있는 폴란드 목회자들의 연령대가 매우 높다. 5년 정도면 70%가 은퇴할 예정이다. 교회에서 리더가 사라지고 있다. 하나님께서 폴란드 교회에 여호수아 같은 젊은 목회자들을 보내주시길 간절히 기도한다.

크라쿠프(폴란드)=글·사진 김상칠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