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론조사에서 탄핵 정국 민심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다. 비상계엄에 폭락했다가 올해 들어 예전 수준을 회복하며 더불어민주당을 앞서기도 했던 국민의힘 지지율이 지난주 다시 급락세로 돌아섰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전 주보다 5% 포인트 하락했고(민주당 2% 포인트 상승), 탄핵 찬성과 정권 교체 여론도 높아져 같은 방향성을 보였다. 특히 중도층에서는 ‘민심 이반’이라 불러야 할 만큼 출렁임이 컸다. 전 주만 해도 오차범위 이내였던 양당 지지율이 20% 포인트 차이(민주당 42%, 국민의힘 22%)로 벌어진 데다, 중도층에서 원래 높던 탄핵 찬성론(9% 포인트 상승)과 정권 교체론(8% 포인트 상승)도 더욱 커졌다. ‘보수 결집’에 골몰하며 극단적 목소리에 노선을 맞춰온 여당을 향해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캐스팅보트를 쥔 중도층이 결국 등을 돌린 것이다.
중도층 민심의 이런 움직임은 이미 예상됐고, 국민의힘은 그것을 자초했다. 올해 초 지지율 상승은 한덕수 총리 탄핵 등 민주당의 과도한 행태가 부른 반사효과였는데, 이를 당이 갈 길로 삼아 반(反)이재명 정서에만 매달렸다. 그러느라 추가경정예산 등 절박한 국정 현안에 여당이 어깃장을 놓게 됐고, 연일 헌법재판소를 공격하며 탄핵심판에 딴지 거는 장면만 연출했다. 비상계엄이 야당의 극단적 대결 정치 때문이라면서, 그런 정치를 바꾸기보다 윤석열 대통령 면회와 강성 지지층 집회에 다니며 진영 대결에 더욱 몰두했다. 국민의힘이 탄핵 국면에 내놓은 메시지는 사실상 “이재명은 안 된다”뿐이었다. 하지만 이런 모습 탓에 ‘이재명을 막으려면’ 꼭 필요한 중도층 지지를 스스로 걷어차는 꼴이 됐다.
이제라도 당 노선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중도 여론의 출렁임은 역설적으로 확고하게 지지를 보낼 곳이 없음을 뜻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중도보수’를 외치고 나섰지만, 잦은 말 바꾸기에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그의 중도층 지지율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금 중도층이 원하는 것은 분명하다. 미래지향적 리더십을 통한 국난 극복, 국난의 원인인 정치 혁신, 그리고 이 둘을 위해 꼭 필요한 국민 통합. 23일 국회에서 ‘시대 교체, 국민 통합’이란 주제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탄핵 정국에 숱한 회견이 있었지만 ‘통합’을 전면에 내건 것은 처음이지 싶다. 아이러니하게도 중도층이 등을 돌린 시점에 여당에서 그들이 기다렸던 메시지가 나왔다. 이런 목소리가 여야에 확산되고 살아날 때 비로소 미래지향적 정치 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다. 민주화 이후 중도 민심을 얻지 않고 창출된 정권은 없었다. 우리 정치 지형에서 그것은 불가능하다. 여야 모두 중도층에 더 예민하게 반응해야 한다. 그래야 갈등을 줄이고 균형을 찾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