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정책에도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는 여전하다. 주요 선진·신흥국 증시 중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 이하인 건 한국이 유일하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밸류업 정책의 방향성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국민일보가 대신증권에 의뢰해 확보한 주요 선진·신흥국 증시의 PBR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비교 분석한 결과 한국 증시의 PBR은 2023년 1.0배였으나 2024년 0.9배로 하락했다. 자본 대비 주가가 얼마나 고평가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PBR은 1.0배보다 높으면 고평가, 1.0배 미만이면 저평가로 분류된다.
한국 증시 PBR은 2020년 1.2배, 2021년 1.3배로 오르다 2022년 0.9배로 급락한 뒤 다시 상승하는 듯했지만 기업의 실적 부진과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국내 정치적 혼란이 겹치면서 후퇴했다. 올해와 내년에도 PBR 1.0배 돌파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은 올해 PBR은 0.9배, 내년도는 0.8배로 더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코스피는 지난해 말(2399.49) 대비 반등해 지난 21일 종가 기준 2654.58을 기록했지만 지난 21일 기준 PBR은 0.93배다.
글로벌 주요국 가운데 국내 증시만큼 저평가 상태인 곳은 없다. 신흥시장에 함께 속해 있는 중국과 인도, 지난해 한국보다 못한 성적을 보인 브라질도 1.0배를 웃돌고 있다. 중국의 2020~2024년 PBR은 2.0→1.6→1.3→1.1→1.3배, 올해는 1.3배로 예상된다. 브라질은 2.4→1.7→1.5→1.5→1.4배로 하락 흐름이지만 저평가 수준에 있지는 않다. 한국 증시의 ‘나 홀로 저평가’ 흐름이 뚜렷한 셈이다.
향후 증시 성장 전망을 가늠해볼 수 있는 ROE도 좋지 못하다. 중국의 지난해 ROE는 12.0%, 인도는 15.2%, 대만은 15.6%인 반면 한국은 9.4%를 기록했다. 올해 예상에서도 한국은 신흥국 중 최하위다.
해외의 시선도 여전히 차갑다. 2016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에서 한국 비중은 16%로, 1위 중국(17%)에 근소하게 뒤져 2위였지만 올해 1월 말에는 4위(9.43%)로 하락했다. 3위 인도(18.41)와 4위 한국 간 비중 차이는 8.98% 포인트에 달한다. 지난해 8월부터 한국 증시 하방 압력을 키운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행렬도 계속되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2일부터 지난 21일까지 코스피에서 5236억원을 내다 팔았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MSCI 지수를 기반으로 국가별 투자 비율을 정하는데 최근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한국 비중을 많이 줄였다고 들었다”며 “선진 시장으로 향하려는 시점에 정치 리스크와 기업 실적 부진 등 여러 문제가 터지면서 디스카운트 현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