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남자부 현대캐피탈이 역대 최단기간에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하며 전통 ‘배구 명가’로서의 위상을 다시 세웠다. 올 시즌 일찌감치 독주 체제를 형성했던 만큼 ‘트레블’(정규리그 1위, 컵대회, 챔피언결정전 우승)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3일 한국배구연맹(KOVO)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은 승점 76(26승4패)으로 남은 6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전날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V리그 남자부 우리카드와 원정경기에서 3대 1(25-27 25-23 25-18 25-21)로 이겨 2위(승점 57·19승11패) 대한항공의 추격을 승점 19차로 뿌리쳤다. 주장 허수봉이 28점으로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책임졌고, 22점을 올린 레오는 트리플크라운(서브에이스·백어택·블로킹 각각 3개 이상)을 달성하며 축포를 터트렸다.
현대캐피탈이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건 2017-2018시즌 이후 7년 만이자 창단 후 6번째다. 역대 V리그 최단기간 1위 확정 기록도 새로 썼다. 2012-2013시즌 정규리그 30경기 중 5경기를 남겨둔 시점에 1위를 확정했던 삼성화재보다 1경기를 앞당겼다.
잃었던 명가 위상도 되찾았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극심한 성적 부진으로 하위권을 전전하다 가까스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나 한 경기 만에 봄배구를 마친 바 있다. 그러나 올 시즌엔 레오-허수봉 쌍포에 아시아쿼터 선수 덩신펑, 전광인까지 구멍 없는 전력으로 리그를 압도했다.
지금의 기세대로라면 ‘트레블’ 달성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코보컵에서 우승한 현대캐피탈은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챔프전까지 제패하면 올 시즌 3개의 트로피를 손에 넣는다.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도 “세 번째 우승 트로피를 향해 잘 준비하겠다”며 트레블 의지를 다졌다. 올 시즌을 앞두고 현대캐피탈의 지휘봉을 잡은 그는 V리그 첫 시즌 만에 선수단 체질 개선에 성공, 팀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체계적인 트레이닝 시스템을 도입하는 한편, 특유의 온화한 성품으로 선수단 마음까지 잡았다.
이누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