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반도체 기술, 중국에 추월당했다니

입력 2025-02-24 01:10

한국 산업의 핵심 동력인 반도체 기술 수준이 2년 만에 중국에 추월당했다. 전문가들의 평가가 뒤집힌 것인데 충격이다. 중국과 일본의 부상, 미국의 관세 부과 예고, 동남아시아의 급성장 등 한국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여건은 암울하다. 정치권은 반도체 업계의 가장 시급한 현안인 주 52시간 예외 적용을 서둘러야 한다.

23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발간한 ‘3대 게임체인저 분야 기술수준 심층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 반도체 분야 기술 기초역량 모든 분야에서 중국에 뒤졌다. 국내 전문가 39명이 한국·미국·일본·중국·유럽연합·대만을 비교한 결과다. 최고 기술 선도국을 100%로 봤을 때 고집적·저항기반 메모리 기술 분야는 한국이 90.9%로 중국의 94.1%(2위)보다 낮은 3위였다. 고성능·저전력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은 한국이 84.1%(3위)로 중국의 88.3%(2위)보다 낮았다. 전력반도체 기술은 한국이 67.5%(6위), 중국이 79.8%(4위)였고, 차세대 고성능 센싱기술도 한국 81.3%(5위) 중국 83.9%(4위)였다. 반도체 첨단 패키징 기술은 한국과 중국이 74.2%(4위)로 같았다.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2022년에도 같은 평가에 참여했는데, 당시에는 대체로 중국에 앞서있다고 봤지만 2년 만에 뒤집힌 것이다. 한국이 자랑해온 반도체 분야 기술 ‘초격차’가 줄어드는 것도 모자라 경쟁국에 추월을 당했으니 우려스러운 일이다. 최근 일본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는 세계 최초로 332단까지 쌓아 올린 낸드 메모리를 내놓기도 했다.

삼성의 경쟁자인 대만 TSMC는 10년 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정 기술 연구개발(R&D)을 하루 24시간 풀가동하는 ‘나이트호크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이를 발판으로 세계 1위로 도약했다. 중국의 테크 기업들은 오전 8시 출근, 오후 9시 퇴근, 주 6일 근무 시스템이 일반적이다. 우리 반도체 업계는 보조금이나 세금 공제 같은 금전 지원보다 주 52시간 예외 적용이 더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여야정 국정협의회는 주력 산업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음에도 반도체 특별법 등에 성과를 내지 못했다. 장시간 근로에 따른 부작용이 생긴다면 수정하거나 폐기한다는 단서를 달고서라도 반도체 주 52시간제 예외를 한시적으로 수용하는 건 어떤가. 골든타임을 이렇게 흘려보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