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겨울이 되면 미국 텍사스 댈러스에 있는 집으로 최경주재단 꿈나무들을 초대해 동계훈련을 한다. 최경주재단 골프 꿈나무 지원 사업은 골프에 꿈과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는 청소년들이 훌륭한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잠재력을 펼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했다.
2010년부터 미국과 태국, 중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동계훈련을 이어오다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2020년부터는 댈러스 집에서 진행하고 있다. 일종의 ‘베이스캠프’인 셈이다. 지난해 12월 26일부터 5주간 진행된 훈련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오는 3월엔 미국 주니어골프협회(AJGA)와 협약해 진행되는 ‘K.J Choi 파운데이션 주니어 챔피언십’이 댈러스에서 열린다. 미국 내에서 두 번째로 큰 주니어 대회다. 지난해 동계 전지훈련을 한 꿈나무들을 대상으로 최근 선발전을 치러 출전 선수 3명을 확정했다.
동계훈련은 프로 골퍼로서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골프 꿈나무를 위해 집중적으로 전수하는 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골프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 갖춰야 할 인성 교육도 겸한다. 아내는 이 기간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돌본다. 직접 식사를 만들어 먹이는 것은 기본이다.
훈련 온 꿈나무들에게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다. “오늘 훈련한 내용과 느낀 점을 A4용지에 적어 봐라.” 아이들에게 여기에 왜 왔느냐고 물으면 하나같이 “골프를 잘 치기 위해 왔다”고 한다. 그러면 나는 “그냥 가라”고 말한다. 순간 아이들이 당황해하면서 눈빛이 크게 흔들린다.
“내가 너희를 여기에 부른 목적은 단순히 공 잘 치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서야.” 나는 골프 꿈나무들에게 잘 생각하고 잘 생활하고 잘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고 싶다. “너희들 스스로 생각해 봐. 내가 골프를 왜 하는지, 앞으로 어떤 계획을 세우고 살아갈 건지.” 이렇게 말하면 ‘생각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어요’ ‘그때 가 봐야 알 것 같은데요’ 등과 같은 대답이 돌아올 때가 있다. 자기 인생의 확실한 목표를 세우고 오로지 매진하겠다는 태도와는 거리가 멀다. 부모님이나 코치가 하라는 대로 하며 끌려온 결과다.
재단 꿈나무 한 명 한 명은 엄격하고 공정한 선발전을 거쳐 선발되는 만큼 마음을 다해 아이들의 멘토가 되려 한다. 나는 아이들의 마음을 품어 주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늦으면 늦는 대로 제힘으로 알을 깨고 나올 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 어른들이 알을 대신 깨주면 아이는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지 못한다. 부모나 코치의 눈치를 보며 망설일 뿐이다. 적당한 칭찬과 격려, 충고를 들으며 자란 꿈나무는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꿋꿋이 이겨낸다.
정리=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