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현의 별과 우주] 새로운 외계행성 발견 넘어 대기 탐색까지 하는 시대 열렸다

입력 2025-02-25 00:32

케플러 우주망원경 덕 탐사 가속
태양계 밖 외계행성 6000개 발견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분광장치는
개별 행성 대기 연구 지대한 역할

태양계에는 여덟 개의 행성이 있다. 한때 명왕성이 태양계의 아홉 번째 행성이었지만 2006년 행성의 지위를 잃어버렸다. 행성이란 별 주위를 도는 천체를 말한다. 별처럼 스스로 빛을 만들지는 못하고 자신이 돌고 있는 별의 빛을 반사해 존재를 나타낸다. 별이 있고 그 주위를 도는 행성이 있는 시스템을 행성계라고 한다. 또는 항성계라고도 한다. 항성은 별을 뜻하는 다른 말이다. 태양계는 말하자면 행성계이고 항성계이다. 우리가 속한 은하, 즉 우리은하 안에는 행성계가 수천억개 정도 존재한다. 태양계는 그런 행성계 중 하나다.

태양계에 행성이 존재한다면 다른 행성계에도 행성이 존재할 것이다. 태양계 밖 다른 행성계에서 발견된 행성을 외계행성이라고 한다. 외계행성은 1992년에 처음 발견됐는데 현재까지 발견된 수는 6000개에 이른다. 한 행성계에서 한 개 이상의 외계행성이 발견된 경우도 1000개 가까이 된다. 외계행성의 발견이 가속화된 것은 케플러 우주망원경 덕분이다. 외계행성 탐사 전용 우주망원경인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2600개 이상의 외계행성을 발견하면서 외계행성 연구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외계행성이 자신이 속한 별을 돌면서 가리는 순간을 포착해서 행성을 발견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 경우 원래 별의 밝기가 일정한 기간 동안 일정한 정도 어두워졌다가 원래 밝기로 돌아온다. 이런 현상을 식현상이라고 한다. 별이 어두워진 시간을 통해 외계행성의 공전주기를 알 수 있다. 별의 밝기가 어두워진 정도를 통해 외계행성의 크기와 질량을 추론할 수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제공한 태양계 밖 외계행성의 상상도. 1992년 처음 외계행성을 발견한 인류는 우주망원경 기술 발전에 힘입어 지금까지 6000개에 달하는 외계행성을 확인했다. NASA 홈페이지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발견한 외계행성들의 면면은 놀라웠다. 태양계에서는 볼 수 없는 종류의 외계행성들이 많이 발견된 것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뜨거운 목성’이라고 불리는 외계행성들이 있다. 크기나 질량은 목성보다 아주 큰데 공전주기는 엄청 짧은 외계행성들이 많이 발견된 것이다. 태양계로 비유해서 말하자면 수성의 공전주기보다도 훨씬 짧은 공전주기를, 목성보다 더 큰 외계행성이, 수성의 공전궤도보다 가까운 곳에서 별을 도는 것이다. 태양계에서는 볼 수 없던 새로운 형태의 행성이다.

태양계 안 행성들의 분포를 보면 태양에 가까운 행성들은 수성, 금성, 지구 그리고 화성처럼 작고 표면이 암석질로 이뤄져 있다. 태양계 외곽에는 목성, 토성, 천왕성 그리고 해왕성같이 크고 기체로 이루어진 거대 기체행성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발견한 외계행성 중 다수는 목성보다 큰 거대 기체행성이고 자신이 속한 별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아주 짧은 공전주기로 돌고 있었다. 공전주기가 짧은 외계행성이 공전주기가 긴 외계행성보다 발견될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짧은 관측을 통해서도 존재를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뜨거운 목성이 많이 발견된 것은 의외의 사건이었다. 더구나 별에 가까이 있으면 기체 상태를 유지하기 힘든데도 불구하고 뜨거운 목성이 존재한다는 것도 신기한 일이다.

이런 새로운 종류의 행성 발견은 행성계의 형성 이론을 다시 정립하도록 압박했다. 지구와 비슷한 외계행성들도 많이 발견됐다. 발견된 지구형 행성의 수로 미뤄보면 우리은하 안에 지구와 비슷한 행성의 수가 50억에서 500억개에 이른다고 한다. 말하자면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 흔하다는 것이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에 이은 다수의 우주망원경이 외계행성 발견에 나섰다 그 결과 우리가 발견한 외계행성 수가 6000개에 이른 것이다. 외계행성 탐색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외계행성 발견을 위한 탐색에 이어 개별적인 외계행성의 특징에 대한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분광장치를 사용해 외계행성의 대기를 연구하면 그 행성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다. 특히 대기 중에 생명 현상과 관련이 있는 분자를 발견한다면 외계행성에서의 생명체 존재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에 장착된 분광장치는 외계행성의 대기를 연구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벌써 몇 개의 외계행성 대기에서 수증기를 발견했다. 물분자가 존재한다는 것은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알려주기 때문에 특히 흥미롭다. 대기 관측이 이루어진 외계행성 수는 아직 많지 않지만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개별 외계행성에 대한 정보도 많아질 것이고 외계행성에 대한 이해도 커질 것이다.

최근 아주 흥미로운 관측 결과가 보고됐다. 칠레에 있는 유럽남천문대의 초거대망원경(VLT)의 분광 장치를 사용해 외계행성 WASP-121b의 대기를 관측했는데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케플러 우주망원경 관측을 통해서 뜨거운 목성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행성이 발견된 것처럼 아주 이상한 대기 상태가 발견된 것이다. 지구로부터 약 900광년 떨어진 이 외계행성은 이른바 뜨거운 목성이다. VLT의 아주 정밀한 분광 장치를 사용해 관측한 WASP-121b의 대기는 지구의 허리케인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강력한 바람이 분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바람은 철과 티타늄 같은 화학 원소를 운반하면서 이 행성의 대기 전반에 걸쳐 아주 복잡한 날씨 패턴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외계행성의 대기에 대해 이 정도로 자세한 관측이 이루어진 것은 처음이다. 특히 뜨거운 목성의 대기 일부가 알려진 것은 아주 큰 수확이라고 하겠다. 외계행성의 연구는 이제 발견 자체에 의미를 두는 단계를 넘어서 개별 행성 대기에 대한 자세한 연구가 이루어지면서 새로운 발견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명현 과학콘텐츠그룹 갈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