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다운 삶으로 만드는 ‘매력적 신앙공동체’

입력 2025-02-24 03:07
이종일 비손교회 목사가 19일 경기도 용인 교회 본당에 있는 십자가 모양의 강대상 앞에 앉아 수평적 목회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용인=신석현 포토그래퍼

경기도 용인 비손교회(이종일 목사)는 권위보다는 소통과 자발적 헌신이 가득한 신앙공동체다. ‘그리스도인다운 삶’을 통해 가정과 일터를 변화시킨다는 목회철학으로 성장해 가는 교회를 지난 19일 찾았다.

한적할 것만 같았던 평일 오후였지만 상가 3층에 있는 교회에 들어서자 여기저기에서 이야기 소리가 들렸다. 교인들 틈에서 대화하던 이종일(53) 목사에게 인사를 건네자 이내 “수요예배를 드린 뒤 교제하느라 다들 모여 계신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아담한 예배당에서는 한동안 교인들의 담소가 이어졌다. 중간중간 터지는 웃음이나 커피 내리는 소리가 정겹게 느껴졌다.

서울 지하철 9호선 선정릉역 근처의 한 공간에서 2013년 첫 예배를 드리며 창립한 비손교회는 작지만 강한 신앙 공동체다. 장로회신학대 신학대학원과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하고 교회 부교역자와 교목 등을 거친 이 목사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풀러신학교에서 목회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로스앤젤레스에서 교회를 개척한 뒤 150여명이 모이는 공동체로 부흥시켰지만 ‘하나님의 이끌림’을 따라 한국에서 새로운 개척을 결정한 게 12년 전 일이었다. 현재 교회학교 학생까지 합해 120여명이 출석하는 든든한 교회로 성장했다. 지금의 예배당으로 이전한 건 2018년이었다.

이 목사는 “미국에서 개척한 교회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던 중이었는데 우연히 한국에 강의를 위해 나왔다가 나와 함께 신앙생활하길 원하는 교우들을 만났고 결국 한국에서 개척을 결심하게 됐다”면서 “상황은 여의치 않았지만 하나님의 뜻이 한국에 있다는 걸 믿고 새 길을 닦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비손교회는 오랫동안 ‘기독국제학교’를 운영하는 교회로 잘 알려졌었다.

개척 직후 이 목사는 국제학교를 통해 세계 각지에서 활약할 다음세대 양육에 나섰다. 학교는 여러 어려움 속에도 꾸준히 성장했지만 목회와 학교 운영 사이 ‘현실적 간극’을 좁히는 게 쉽지 않았다. 학교 이사장을 맡았던 이 목사는 “지금 예배당이 입주한 건물에서도 2~3층 모두를 사용하며 국제학교를 운영했지만 결국 해외 유수 대학 진학률로 평가받는 국제학교와 목회철학 사이에서 고민이 커졌다”면서 “진학률을 높이는 방향을 택하지 않자 운영이 어려워졌고 결국 지난해 지인이 운영하는 서울 서초구 다른 학교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학교 문을 닫았다. 학생과 교사들은 모두 합병한 학교로 옮겨 이들이 어려움을 겪는 일은 없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목사는 목회와 학교 운영을 함께하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고 했다. 학교 사역을 정리한 뒤 아쉬움이 컸지만 목회에 집중하며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비손교회는 전통적인 교회에서 볼 수 있는 권위적인 모습이나 직분에 따른 위계질서 등이 존재하지 않는다. 수평적 공동체가 이 교회를 설명하는 가장 적합한 표현이라는 게 이 목사의 설명이다.

“누구는 이런 일을 해야 하고 다른 교인은 저런 일을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결국 ‘봉사 탈진’의 이유라고 생각해 모든 걸 자유롭게 하고 있습니다. 식당 봉사 대신 김밥으로 대체한다거나 자원하는 교인이 교회 청소를 하는 식이죠. 오랫동안 이렇게 하다 보니 교인들도 잘 적응하고 의외로 꼭 해야 할 봉사도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목사는 ‘건강한 구원론’에 목회의 방향을 맞추고 있다. 교회와 사회에서 모습이 다른 이중적 신앙을 경계하는 것이다.

그는 “성경은 신앙인의 이중적인 모습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면서 “교회는 물론이고 가정과 직장, 사회에서 신앙인이라면 신앙인답게 살아야 우리 사회가 복음으로 물들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수 믿는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천국이 돼야 한다”면서 “신앙만 좋고 가정이나 직장에 소홀히 한다면 과연 전도가 되겠냐”고 반문했다.

교회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소그룹이 살아나는 기틀이 되고 있다. 교인들은 모두 ‘줄기 모임’에 참여한다. 줄기란 나무에 달린 가지와 강줄기의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다. 교회 이름인 비손이 에덴동산을 흐르는 네 개의 강 중 하나인 것도 ‘줄기 소그룹’에 영향을 미쳤다.

주일 예배 후 저마다 원탁에 둘러앉은 교인들에게 이 목사는 그날 설교 본문을 중심으로 질문을 하며 신앙적 대화를 이끈다.

설교 본문이 “무릇 하나님께로부터 난 자마다 세상을 이기느니라 세상을 이기는 승리는 이것이니 우리의 믿음이니라”는 요한1서 5장 4절이었다면 “하나님과 사귐을 통해 사랑을 실천할 수 있게 된다. 이 사귐을 더 풍성히 하기 위해 여러분은 뭘 하고 있나요”라고 묻는 식이다.

이 목사는 “교회의 크고 작음이 중요한 게 아니라 매력적인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고, 갈등이 있는 가정과 사회 속에서 주변을 화목하게 하는 성도가 된다면 결국 한국교회 전체를 건강하게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본다”면서 “행복한 신앙 공동체가 더욱 성숙할 수 있도록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용인=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