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만나고, 양대 노총 달래고… 집 안팎 단속 나선 李

입력 2025-02-21 18:52 수정 2025-02-21 18:5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용진 전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지난해 22대 총선 과정에서 박 전 의원이 공천 탈락한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만남이다. 뉴시스

“민주당은 중도보수” 발언 등으로 최근 ‘우클릭’ 행보를 이어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진보진영 달래기에 나섰다. 당내로는 지난 총선에서 ‘비명횡사’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박용진 전 의원을 만나 손을 잡았고, 바깥으론 양대 노총을 방문해 세간의 ‘우클릭’ 평가가 프레임이라고 해명했다.

이 대표는 2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박 전 의원과 오찬 회동을 했다. 둘의 만남은 지난해 22대 총선 과정에서 박 전 의원이 세 차례 당내 경선을 치르고도 공천 탈락한 뒤 처음이다. 이 대표는 “우리한테 주어진 역할은 지금의 위기상황을 잘 극복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 속에 박 의원 역할이 있을 거고, 앞으로 더 큰 역할을 함께 만들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전 의원 역시 “대의명분 앞에 모든 걸 다 털고 미래로 나가고 힘을 합쳐 민주당의 승리를 만들어내자”고 화답했다.

김성회 민주당 대변인에 따르면 100분가량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 박 전 의원은 이 대표에게 당내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해 달라고 했다. 문재인정부의 공과를 계승하고, ‘내로남불’이라고 비판받는 지점은 강하게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박 전 의원은 또 최근 이 대표의 발언 이후 점화한 ‘중도보수’ ‘우클릭’ 논란을 두고 “탄핵·조기대선 국면에서의 정치적 위치 선정을 얘기한 것이라 생각한다”며 “국민의 삶과 불안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 예송논쟁으로 날을 지새우는 정치세력으로 비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비명계(비이재명계) 유력인사와 공개적으로 만난 건 지난 13일 김경수 전 경남지사에 이어 이달 들어 두 번째다. 오는 24·27·28일엔 각각 김부겸 전 국무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잇따라 만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종결을 앞두고 당내 통합 작업을 본격화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이 대표는 ‘우클릭’ 논란을 계기로 제기된 범진보 진영의 비판·의구심 불식에도 나섰다. 21일 오후에 양대 노총을 차례로 찾아 “노동을 강제해 생산성을 올리던 시대는 지났다”고 거듭 강조했다. 비정규직 차별 철폐, 노동시간 단축 등의 필요성도 재확인했다. 이 대표는 “노동이 존중되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을 우리 민주당이든 저든 결코 버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자신의 행보에 따라붙는 ‘우클릭’ 평가는 프레임이라고 재차 해명했다. 이 대표는 “최근 성장 얘기를 많이 하게 된 건 우리 경제가 너무 많이 망가졌기 때문”이라며 “경제가 성장해야 일자리도 생기고 노동자의 삶도 개선된다”고 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민주당을 ‘중도보수’로 규정한 데 따른 비판과 지적이 여전히 나오고 있다. 임 전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중도보수정당이 아니다”라며 “실용의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고 대표가 함부로 바꿀 수 없는 문제”라고 각을 세웠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