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미국판 전 국민 지원금

입력 2025-02-22 00:40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연방정부 예산 절감이 목표치에 이르면 아낀 돈을 국민에게 나눠 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미국 사회가 옥신각신하고 있다.

트럼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를 통해 예산 2조 달러(2865조원)를 절감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트럼프 지지자인 금융인 제임스 피시백이 이렇게 아낀 예산 20%를 국민에게 돌려주자고 제안했는데, 트럼프가 호응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납세자 가구 전체에 5000달러(717만원)씩 돌아가게 된다. ‘미국판 전 국민 지원금’인 셈이다.

피시백은 ‘더 힐’과 인터뷰에서 “이건 그냥 지원금이 아니다. 국민이 낸 세금을 아껴 환급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돈을 준다고 하면 국민들이 앞다퉈 불필요한 정부 지출이나 예산 남용 비리를 DOGE에 고발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피시백은 이르면 내년 여름에 돈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 가능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보스턴헤럴드는 DOGE가 현재까지 공무원 해고 등으로 절감한 돈의 20%를 나눠 주면 가구당 11달러 정도라고 전했다.

예산을 절감해 남은 돈을 환급하겠다는 DOGE 분배금은 일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청년수당을 지급할 때 내놓은 설명과 닮았다. 이 대표는 당시 24세 청년 모두에게 100만원을 지급하는 청년수당이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이 일자 “4대강 사업, 방산 비리, 자원외교 등으로 세금을 마구 써 버리는 게 나쁘지 예산을 아껴 써서 시민에게 돌려주는 게 왜 나쁘냐”고 반박했다.

하지만 트럼프에 대한 신임 투표 격인 2026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DOGE 분배금 지급이 추진되면 미국 역시 매표용 포퓰리즘이라는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진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이 대표가 일전에 외신 인터뷰에서 “내가 한국의 트럼프로 불린다”고 말했는데, 그땐 미국 언론이 트럼프를 ‘미국의 이재명’으로 부를지도 모를 일이다.

손병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