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호 검찰 진술 못 뒤집은 尹… ‘홍장원 메모’ 또 진실공방

입력 2025-02-21 00:03
20일 변론 마지막 증인으로 출석한 조지호 경찰청장이 마스크를 쓴 채 발언하는 모습. 헌법재판소 제공

조지호 경찰청장은 20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대부분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면서도 검찰 조사 당시 진술을 번복하지는 않았다. 조 청장은 오히려 검찰 조사 때 ‘사실대로 말했다’며 직접 조서에 서명 날인한 점을 인정했다. 조 청장은 수사기관 조사에서 계엄 선포 이후 윤 대통령이 6차례 전화해 국회의원 체포를 지시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윤 대통령 측은 조 청장을 상대로 신빙성 흔들기를 시도했지만 ‘진술 뒤집기’에는 실패했다.

윤 대통령 측 이동찬 변호사는 이날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조 청장에게 “검찰과 경찰 조사 당시 섬망 증세가 있다거나 치료 중 그런 것은 없었느냐”고 물었다. 조 청장은 “병원에 있을 때는 침대에 누워서 조사받았다”며 조사에 큰 문제는 없었다는 취지로 답했다. 조 청장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각각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으로부터 ‘체포 명단’을 직접 들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조 청장은 혈액암 투병 중이어서 병실에서 8차례 조사를 받았다.

이 변호사는 조 청장에게 재차 “수사받을 때 건강이 더 많이 악화된 것으로 아는데 진술할 때 계엄 당시 상황을 명확히 기억한 것이 맞느냐”고 물었다. 조 청장은 “구속영장 발부 후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졌다”면서도 “섬망 증상이 있다든지 그 정도는 아니었다”고 답했다.

김형두 헌법재판관은 조 청장에게 “증인은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에게 전화를 받았다고 했는데, 협조 안 해주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박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1시23분 조 청장에게 전화해 ‘포고령에 따라 국회 출입을 차단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적시돼 있다. 조 청장은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됐다”고 답했다.

조 청장은 “여 전 사령관이 전화했는데 그때도 증인은 협조하지 않지 않았느냐”는 김 재판관 질문에도 “네”라고 답했다. 여 전 사령관이 계엄 당시 조 청장과의 통화에서 ‘이재명·한동훈 등 10여명을 체포할 것인데 경찰에서 위치를 확인해달라’는 취지로 요청했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다. 조 청장이 검찰 조서에 날인한 점을 인정했고, 여 전 사령관 등 조사 결과와 내용이 일치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조 청장 조서 내용의 신빙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여 전 사령관이 수사에 대한 개념 체계가 없다 보니 위치 확인과 동향 파악을 요청한 것”이라고 체포조 운용 의혹을 부인했다. 다만 “저도 그 부분은 불필요했고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홍 전 차장은 이날 탄핵심판에 두 번째로 증인 출석해 윤 대통령 측과 ‘체포 명단 메모’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홍 전 차장은 이날 메모를 받아 쓴 장소를 공터에서 사무실로 정정했다. 앞서 홍 전 차장은 지난 4일 헌재에서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1시6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통화하며 국정원장 관사 입구 공터에서 메모를 작성했다”고 했다. 다만 홍 전 차장은 “결국 (작성이) 이뤄진 곳은 국정원 청사 안”이라며 “제 사무실에서 3분 떨어진 곳이 원장 관저다. 시간은 통화 내역이 공개돼 있으니 짧은 기간에 이뤄졌다면 (장소가) 어디든 크게 논란은 안 되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측은 홍 전 차장 메모를 정서했다는 보좌관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친구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홍 전 차장은 “보좌관 친구가 어떤 사람인지는 기억 못 한다”고 답했다. 한 전 대표 측은 “국정원에 (한 전 대표) 친구가 없다”고 밝혔다.

이형민 송태화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