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계엄 전 모인 대접견실, 국무회의 열린 적 한번도 없었다”

입력 2025-02-20 19:03 수정 2025-02-20 23:38
한덕수 국무총리가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한 총리는 12·3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와 관련, “계엄을 선포하면 대한민국이 큰 위기에 처한다고 생각해 (계엄 선포를) 반대했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 제공

한덕수 국무총리는 20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출석해 ‘비상계엄 선포 전 회의가 열렸던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국무회의가 열린 적은 그간 한 차례도 없었다’고 증언했다. 당시 회의를 정식 국무회의로 볼 수 없다는 점을 보강하는 증언이 나온 것이다. 한 총리는 “통상의 국무회의와 달랐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 총리는 이날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대접견실에서 국무회의를 한 적 있느냐”는 국회 측 대리인단의 질문에 “한 번도 없다”고 답했다. 같은 층 바로 옆 국무회의실이 있는데 이례적으로 대접견실에서 계엄 전 회의가 열렸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선포 직전 열린 회의는 오후 10시17분부터 10시22분까지 약 5분간 진행됐다. 헌법 89조 5항은 대통령의 계엄과 그 해제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는데, 실질적인 국무회의가 열렸는지는 탄핵심판 핵심 쟁점 중 하나다.

국회 측이 공개한 검찰 진술조서에서 한 총리는 “윤 대통령은 처음부터 국무회의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제가 대통령께 ‘국무위원 말을 좀 들어보시죠’라고 해서 국무위원들이 모이게 된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와 관련해 국무회의 소집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한 총리는 진술에 대한 국회 측 질문에 “대통령 뜻은 정확히 잘 모르고 제가 생각한 것이고 국무위원들이 좀 대통령을 설득해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건의한 것”이라고 답했다.

한 총리는 수사기관 조사에서 해당 회의에 대해 “제 생각엔 간담회 정도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7차 변론에서 “대체 국무위원이 대통령실에 간담회 하러 놀러 왔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김형두 헌법재판관은 한 총리에게 국무회의와 간담회의 차이를 물었다. 한 총리는 “간담회는 ‘지금부터 개의합니다, 폐의합니다’나 안건도 없이 진행하고, 기록도 없다”고 답했다. 김 재판관은 “증인은 수사기관이나 국회에서 계엄 전 회의에 대해 간담회로 본다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재차 물었다. 한 총리는 “맞는다. 기본적으로 통상 국무회의와는 달랐다는 취지”라고 답했다. 다만 그는 “간담회로 본다는 것은 주관적 느낌”이라며 “국무회의인지 아닌지는 수사와 사법 절차를 통해 판단돼야 한다”고 했다.

한 총리는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안을 의결한 뒤 새벽 2시30분쯤 윤 대통령에게 해제를 건의했고, 윤 대통령이 “해제 국무회의를 하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한 총리는 비상계엄이 반나절이면 해제될 것이라고 윤 대통령이 말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들은 적 없다”고 했다.

한 총리는 “국무위원 중 계엄에 찬성한 사람도 있었다”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주장에 대해서는 “제 기억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부인했다. 그는 “어떤 국무위원도 부서(서명)한 바 없지 않느냐”는 국회 측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헌법 82조는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써 하고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다고 정한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실질적 국무회의가 이뤄졌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한 총리에게 질문을 던졌지만 한 총리는 호응하지 않았다. 한 총리는 “국무위원들이 (대통령 연락을 받고) 도착해 논의했고 실질적 국무회의가 이뤄진 것 아닌가”라는 윤갑근 변호사 질문에 “그 부분이야말로 개인이 판단할 것이 아니다”고 답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