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중심 국가인 독일의 앞날을 결정할 총선이 23일(현지시간) 실시된다. 이번 선거에서는 경제 불황과 이민 문제 등으로 인해 보수 우파가 3년 만에 정권을 탈환할 가능성이 높다. 차기 총리로는 프리드리히 메르츠(69) 기독민주당 대표가 유력하다.
2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독일 총선 관련 여론조사에서 중도 우파 기민당은 자매 정당인 기독사회당과 합쳐 29.3%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어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20.7 %, 현 집권 여당인 중도 좌파 사회민주당 15.5%, 연립 여당인 녹색당 13.1% 순이다. 현 추세로는 메르츠 대표가 차기 총리에 취임할 가능성이 크다. 2000년대 초반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와의 당내 권력 투쟁에서 패한 뒤 정계 은퇴까지 몰렸던 메르츠가 ‘화려한 부활’을 눈앞에 둔 셈이다.
17세 때 기민당 청년 조직에 가입하며 정치 생활을 시작한 메르츠는 1989년 34세의 나이로 유럽의회 의원에 선출됐고 5년 뒤 독일 하원에 입성하며 당의 차세대 주자로 꼽혔다. 2000년에는 기민·기사당 하원 원내대표 자리까지 꿰찼다.
사이먼 그린 영국 샐포드대 교수는 “메르츠는 당시 독일 정계의 떠오르는 샛별이었다”고 평가했다. 폴리티코도 2018년 그를 두고 “동독 출신의 아웃사이더였던 메르켈과 달리 기득권을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메르츠는 당대표로서 중도주의를 표방했던 메르켈과의 정쟁에서 패하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메르츠 등 당내 보수파를 중심으로 치러진 2002년 총선은 패했지만, 2005년 총선은 메르켈이 승리로 이끌었다. 이에 메르츠는 2009년 정계를 떠났다.
이후 수년간 투자은행과 로펌 등에서 일하던 메르츠는 친이민·좌클릭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감이 커지고 메르켈도 은퇴를 선언하자 정계로 돌아왔다. 2018년과 2021년 당대표 선거에선 패했지만 3번의 도전 끝에 2022년 당권을 거머쥐었다.
그는 곧바로 메르켈의 중도주의 정책을 폐기하고 당을 전통적 보수주의로 이동시켰다. 감세와 복지 축소, 친기업 스탠스를 강조하면서 이민 문제에 있어서도 메르켈과 달리 강력한 단속을 추구한다. 최근 이민 단속 강화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정계에서 금기시된 AfD와의 협력에 나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CNN은 “메르츠가 메르켈의 유산과 거리를 두려는 욕구는 분명하다”며 “이는 극우파로 유입되는 유권자를 막으려는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