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우클릭, 중도층은 잠잠… “불신 극복, 시간 필요”

입력 2025-02-21 02:0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충남 아산시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점심을 먹고 있다. 이 대표는 기업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국제 통상환경 변화에 따른 수출 기업의 애로 사항을 청취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중도층을 겨냥한 ‘우클릭’ 행보를 늘리고 있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이 대표 선호도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우향우와 좌향좌를 동시에 하는 듯한 행보가 중도층에 진정성 있게 다가가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높은 비호감도를 극복하기엔 ‘이벤트성’ 행보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 대표의 우클릭은 지난 설 연휴를 전후해 본격화됐다. 그는 지난달 22일 “탈이념의 실용주의로 전환해야 한다”며 ‘흑묘백묘론’을 꺼내 들었다. 하루 뒤 신년 기자간담회에선 자신의 대표 정책인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과 ‘기본사회’의 포기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어 지난 3일 반도체 특별법 토론회에서는 ‘주52시간 근로제 예외’ 조항 도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친야 성향 유튜브 채널에 나와서는 아예 민주당의 이념 스펙트럼을 ‘중도보수’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다만 이런 행보가 아직 중도층의 마음을 잡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한국갤럽의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중도층의 이 대표 선호도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인 12월 3주에 39%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이후 30%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 이 대표가 ‘우클릭 폭탄’을 던진 이후에도 선호도는 28~31%를 오가는 중이다. 전국지표조사(NBS) 결과(1월 3주~2월 3주)에서도 중도층의 이 대표 선호도는 30% 내외를 유지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우선 이 대표의 오락가락 행보가 중도층에 충분한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경우만 해도 민주당이 내놓은 추가경정예산안에 ‘소비쿠폰’으로 이름만 바뀌어 들어간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의 “민주당은 중도보수” 발언과 달리 이 대표가 2016년 “이재명은 중도 코스프레 안 한다”는 메시지를 냈던 사실도 알려졌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그동안 이 대표의 정체성과 강성 이미지를 고려할 때 왔다갔다 하는 중도층 공략 행보가 중도층에 충분히 소구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막바지에 달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중도층 응답률과 민주당 지지도가 다시 상승하는 기류가 나타나고 있지만, 이런 변화도 이 대표 선호도로는 연결되지 않는 모습이다. 김종원 에브리씨앤알 대표는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 이념적 중도층이라 답하는 응답자가 늘어났는데, 이들은 민주당은 지지하지만 이재명은 비토한다”며 “전통적 지지층 사이에서 우클릭 중인 이 대표에 대한 ‘반명 정서’가 퍼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이 대표에 대한 비호감도나 불신이 극복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중도층에 계속 진정성 있게 다가가면 결국 민주당 지지도가 이 대표 득표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