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국내 시장을 공략해온 중국산 후판에 30% 안팎 고율의 덤핑 방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적극적인 국내 산업 보호 조치가 나오면서 어려움을 겪던 철강업계도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제457차 무역위원회를 개최하고 ‘중국산 탄소강 및 그 밖의 합금강 열간압연 후판 제품’에 대한 예비 판정 결과를 심의·의결했다. 무역위는 예비조사 결과 중국산 후판 덤핑으로 인한 국내 산업의 피해 소지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하고 27.91~38.02%의 잠정 관세 부과를 기획재정부 장관에 건의하기로 했다. 덤핑 방지 관세란 외국 기업이 자국 판매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상품을 수출할 경우 추가 관세를 매겨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보호하는 조치다.
문제가 된 중국산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철제 강판으로 주로 조선업에 쓰인다. 철강업계는 중국 업체들이 내수 부진으로 자국에서 소화하지 못한 재고를 한국에 밀어내면서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호소해왔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117만9328t으로 2021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결국 지난해 7월 현대제철은 무역위에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요청했다.
이번 예비 판정의 최대 40% 관세율은 최소 20%를 넘겨야 한다던 업계의 주장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이다. 중국산 후판의 추가 유입 가능성도 사실상 차단됐다. 그동안 업계는 최근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로 미국에 우회 수출하던 중국산 후판이 한국에 더 유입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상대국의 보복 조치를 우려해 덤핑 관세 부과에 소극적이던 무역 당국의 태도도 달라지고 있다. 보호무역주의를 천명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부과 계획을 구체화하면서 한국 정부도 더 적극적으로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서고 있다는 해석이다. 무역위는 이미 지난달 중국산 스테인리스 후판에 대해 21.62%의 잠정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중국·일본의 열연강판 반덤핑 조사 착수 여부도 조만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