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 세계 인공지능(AI)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총력전 계획을 공개했다. 거대언어모델(LLM)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개발하고, AI 인프라 확충에 박차를 가해 차세대 AI 모델 개발 경쟁에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지원 규모에 대한 아쉬움과 ‘AI 중견국’ 사이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20일 3차 국가인공지능위원회를 열고 국가 AI 역량 강화 방안을 공개했다. 계획은 한국에서도 오픈AI의 o1과 같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AI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산업과 생활 전반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AI 모델 개발에 있어 AI 반도체 등 컴퓨팅 자원은 모델의 개발 기간과 성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다. 중국의 딥시크가 적은 그래픽처리장치(GPU)로도 효율 높은 AI 모델 개발에 성공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딥시크의 V3 모델 개발에 쓰인 컴퓨팅 능력은 지난 2023년 기준 국내 업계 AI 컴퓨팅 능력을 모두 합한 수준이다. 엔비디아 GPU H100 2000장 수준에 그친 국내 컴퓨팅 능력 확충이 급선무인 이유다.
정부는 국가AI컴퓨팅센터를 중심으로 연내 첨단 GPU 1만장분을 확보할 계획이다. 센터는 확보한 GPU를 컴퓨팅 독자 모델 개발을 추진하는 업체에 대여해주는 역할을 맡는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GPU 8000장을 추가로 확보해 대형 국가과학연구를 지원한다. AI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세제 지원을 늘리는 등 민간 주도의 인프라 투자도 유도한다.
AI 모델 개발의 두 번째 핵심 조건은 강력한 LLM과 이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와 인재 양성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세계 최고 수준의 LLM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가동하기로 했다. 연내 LLM 완성을 목표로 인공지능 정예 개발팀 5~10개를 선발해 데이터와 GPU 자원을 집중적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데이터 확보를 위해서는 공공데이터 제공을 위한 법률적 장벽을 제거하고 AI 업체가 장기간 안정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특례를 마련한다. 미국 대비 20~30% 수준에 그치는 핵심 인재 대우를 높이기 위해 파격적인 수준의 연구비 지원도 검토한다.
이렇게 개발한 AI 모델은 국민 생활과 산업 전반에서 AI 전환(AX)을 가속하기 위해 활용된다. AI 서비스 업체들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초기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의료·미디어·교육·법률 등 생활 전반에서 AI 활용 방안을 부처 합동으로 개발한다. 중소기업 AI 활용률을 50%까지 높이기 위해서는 제조 AI 전문기업 100개를 집중 지원한다.
업계에서는 AI 컴퓨팅 능력 확보 노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초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GPU 1만5000장분 확보를 연내 목표로 언급하기도 했지만 최종 목표치는 1만장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실패 가능성에 대비하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복수의 업체를 경쟁시켜야만 한다”며 “10여개 업체에 각각 고성능 GPU 8000장 분량 컴퓨팅 능력을 지원해야 목표한 LLM 개발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준의 LLM 개발을 위해 필요한 해외 데이터 확보 방안도 과제로 지목된다. AI 경쟁에서 중견 국가로 분류되는 프랑스의 미스트랄은 영어 데이터는 물론 인도, 아랍 지역 데이터까지 확보해 지역 특화 LLM을 공개하는 등 경쟁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