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젤렌스키 때리자 흡족한 푸틴

입력 2025-02-20 18:48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유럽·캐나다 등 19개국 정상의 대면·화상 회의에 유일하게 직접 찾아온 일리에 볼로얀(왼쪽) 루마니아 대통령 권한대행과 인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관련 2차 대책 회의인 이날 회의에는 지난 17일 1차 회의(8개국 정상 참석)에 초청받지 못한 국가 정상들도 참여했다. AF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3년 만에 처음으로 이뤄진 미국과의 고위급 회담에 대해 “첫걸음을 뗐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9 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드론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러 고위급 회담과 관련해 “대화에 열려 있고 협력을 결심했으며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와는) 완전히 다른 인사들이 미국을 대표했다”며 “높이 평가한다. 결과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와 미국이 신뢰 수준을 높이지 않으면 우크라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중동을 포함한 여러 현안에 관여하는 러시아와 미국이 협력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러시아의 장관급 인사들은 전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만나 종전 협상을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종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를 배제했다는 논란과 관련해 푸틴은 “회담의 의제는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 회복이었다. 우크라이나가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일) 통화에서 나에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모두 협상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도 우크라이나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푸틴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중 성사 가능성을 시사한 미·러 정상회담에 대해선 “만나면 기쁘겠지만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당장 언제라고 말할 수 없지만 정상회담을 원한다”고 말했다.

유럽 정상들은 트럼프로부터 연일 퇴진 압박을 받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방어하고 나섰다. 영국 총리실은 “키어 스타머 총리가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했다”며 “스타머 총리는 우크라이나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인 젤렌스키를 지지하고, 전시 체제에서 선거 연기는 영국이 제2차 세계대전 때 그랬던 것처럼 합당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젤렌스키의 민주적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파리 엘리제궁에서 유럽과 캐나다 등 19개국 정상의 대면·화상 회의를 마친 뒤 “프랑스와 동맹국은 우크라이나의 편에 있다. 유럽의 평화와 안보를 위해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스타머 총리는 다음 주 초 워싱턴DC를 찾아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밝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