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지가 뭐길래… ‘라이벌 구도’에 팬들도 설전

입력 2025-02-21 02:25

22일 열리는 K리그1 FC 안양과 FC 서울의 경기는 1경기 이상의 의미가 있다. 연고지를 둘러싼 두 팀의 사연이 서사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소위 ‘연고지 더비’가 벌어지는 것이다. 2013년 창단 후 줄곧 2부 리그에만 머물렀던 안양이 첫 승격에 성공하면서 서울과 운명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안양 구단주인 최대호 안양시장은 20일 SNS에 “우리는 기억한다. 역사적인 맞대결, 반드시 승리로 증명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2004년 2월 2일, 안양의 축구팀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당시 연고지를 옮긴 LG 치타스(현 서울)를 언급한 것이다. 양 팀 사령탑은 개막 직전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유병훈 안양 감독은 “연고 이전”이라는 표현을 입 밖에 꺼냈다. 김기동 서울 감독은 “연고 복귀”라며 맞받아쳤다. 서울 구단의 전신 럭키금성은 1990년 지역연고제 시행에 따라 동대문운동장에 둥지를 텄고, 이듬해 LG 치타스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1996년 서울 연고 공동화 정책이 추진되면서 안양에 자리를 잡긴 했지만 원래의 연고지로 돌아갔다는 게 서울 측의 입장이다.

이처럼 프로 스포츠는 각 연고지를 거점으로 둔 팬들의 열성적인 응원 속에 새로운 라이벌 구도와 역사, 다양한 얘깃거리를 쏟아낸다.

한국에선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를 필두로 각 프로 종목에 연고제가 정착했다. 최초 6개 구단이 서울과 인천, 대전, 대구, 광주, 부산에 연고를 뒀다. 자금력 있는 대기업이 구단 운영 주체로 나서면서도 지역을 연고로 하는 독특한 문화가 뿌리내렸다. 각 구단은 응집력이 강한 지역 팬들을 대상으로 흥행몰이에 나섰다. 선동열의 해태 타이거즈(현 KIA)와 최동원의 롯데 자이언츠는 뜨거운 영·호남 라이벌전을 그려냈다.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는 서울 연고로 얽힌 라이벌이다. LG는 전신 MBC 청룡 때부터 잠실구장을 썼다. 두산의 전신 OB는 대전·충청권을 첫 보금자리로 삼았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서울 연고 이전 약속을 받고 팀을 창단했다. 1986년 홈을 잠실구장으로 옮기면서 ‘한 지붕 두 집 살림’이 시작됐다. 양 팀 팬들의 ‘서울 주인’ 논쟁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프로농구에선 연고지 이전으로 뭇매를 맞은 사례가 많았다. 1997년 KBL 리그 출범에 맞춰 ‘대구 동양’으로 창단한 오리온(현 소노)이 대표적이다. 국내 프로 스포츠 최다로 남은 32연패 기록(1998-1999시즌)에도 대구 팬들은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오리온은 2011년 불거진 연고 이전설을 강하게 부인하다 고양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를 “야반도주”라고 비판한 대구 팬들은 한동안 농구와 거리를 뒀다.

부산 KCC는 지난해 22년간의 전주 생활을 끝냈다. 홈구장 신축 등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데 원인이 있었다. 전주시는 경제적 이익을 고려한 KCC의 결정이라고 맞섰지만 대다수 팬들은 구단의 편에 섰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