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정 4자 ‘빈손 회담’… 민생 어렵다는 아우성 안 들리나

입력 2025-02-21 01:30 수정 2025-02-21 01:30
국민일보DB

여야정 대표가 20일 4자 국정협의회를 개최했지만 구체적 합의 없이 빈손으로 헤어졌다. 한 달간 의제 협의에 시간을 허비하느라 뒤늦게 만난 것도 모자라 실망스러운 회담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나라 전체가 위기이고 경제가 어렵다고 아우성인데 여야정만 한가로운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참석한 회담은 116분간 진행됐지만 주요 현안에서 어떤 합의에도 이르지 못했다. 보통 이런 회담을 하면 대략적인 ‘공동합의문’이라도 내기 마련이지만 그런 것도 없었고 회담 뒤 브리핑도 제각각 했다. 그만큼 견해차가 컸다는 방증일 것이다.

회담에서 추경 편성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이뤘지만 시기와 규모는 확정하지 못한 채 실무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추경을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나 당초 시기도 최대한 앞당기고 대략적 규모에도 합의할 것이란 기대에는 못 미친 것이다. 쟁점인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담은 반도체특별법안과 국민연금 개혁 방안에서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실무 협의를 더 벌이기로 했다. 특히 52시간 예외 문제는 여야 간 입장차가 팽팽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공석인 국방부 장관 임명 문제와 국회 통상특별위원회 설치 문제 등 안보와 통상 문제에서도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나라 안팎으로 어려운 때에 여야정이 머리를 맞대 위기 극복의 해법을 내놓기는커녕 이런 식으로 소득 없이 회담을 끝낸 것은 무책임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이날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올해 1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경기 전망 예상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이 “한국 경제가 갈림길이 아닌 벼랑 끝에 서 있다”고 호소했을 정도다. 그만큼 우리 경제가 위기 상황에 몰렸다는 의미일 텐데, 여야정 회담에서 이를 해소할 만한 어떤 결과물도 내놓지 못한 것이다.

여야정은 이날 의견을 좁히지 못한 사안에 대해서는 후속 회동을 서둘러 최대한 빨리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어려워진 대내외적 경제 환경이나 국민과 기업들의 고통을 감안하면 여야정이 민생 현안을 놓고 지금처럼 마냥 줄다리기만 하고 있을 순 없다. 만나도 빨리 만나야 하고 추경이나 기업지원 입법에도 속도를 내야 하며 무엇보다 여야정이 힘을 모으는 모습을 통해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