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1%’ 불모지에도 경쟁↑… 격전 앞둔 픽업트럭 시장

입력 2025-02-21 00:00
완성차업체들이 수년간 공들여 개발한 픽업트럭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기아 브랜드의 첫 픽업트럭 타스만(왼쪽), KG모빌리티(KGM)의 국내 최초 전기 픽업트럭인 ‘무쏘 EV’(오른쪽). 기아·KGM 제공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판매된 신차 가운데 픽업트럭 비중은 1%가 채 안 된다. 이런 불모지에 완성차업체들이 수년간 공들여 개발한 픽업트럭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수요가 미미한 시장에 신형 모델까지 참전하면서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기아는 최근 브랜드 최초로 독자 개발한 정통 픽업트럭 ‘타스만’을 국내 출시했다. 개발에만 4년 넘게 걸리는 등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장(차량 길이) 5410㎜, 전고(차량 높이) 1920㎜의 덩치를 갖췄다. 기아는 타스만으로 침체된 국내 픽업트럭 시장을 견인하겠다는 목표다. 이후 호주,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등 해외시장으로 판매 지역을 넓힐 계획이다.

KG모빌리티(KGM)는 픽업트럭 전용 브랜드 ‘무쏘’를 지난달 출범했다. 쌍용자동차 시절 대표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무쏘와 한국 최초 스포츠유틸리티트럭(SUT) 무쏘 스포츠에 썼던 이름을 계승했다. 무쏘의 첫 픽업트럭은 국내 최초 전기 픽업트럭인 ‘무쏘 EV’다. 다음 달 안에 출시한다. 보조금을 최대로 받으면 3000만원대 후반에 구입이 가능하다. KGM 관계자는 “한국 픽업트럭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또 한 번 써 나갈 것”이라며 “다양한 라인업을 개발해 무쏘의 명맥을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수입차 브랜드 중엔 지프가 오는 4월 픽업트럭 글래디에이터의 부분 변경 모델을 선보인다. 방실 스텔란티스코리아 대표는 “올해 픽업트럭 시장이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한다. 글래디에이터로 남다른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줄 것”이라고 선언했다.

새로 출시되는 픽업트럭들은 기존에 있던 쉐보레 콜로라도, KGM 렉스턴, GMC 시에라, 포드 레인저 등과 경쟁한다. 그러나 한국 픽업트럭 시장에서 살아남기란 쉽지는 않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픽업트럭 판매량은 1만3954대다. 전체 판매량(143만9310대) 중 0.97%에 불과하다. 2020년 3만8929대, 2021년 3만902대, 2022년 2만9685대, 2023년 1만8199대로 매년 감소세다. 반면 미국에선 신차 5대 중 1대는 픽업트럭일 정도로 인기다.

픽업트럭이 한국에서 맥을 못 추는 이유는 도로 사정에서 찾을 수 있다. 도로가 좁고 차가 많아 대형 트럭으로 시내를 돌아다니기엔 주차 등의 제약이 많다. 짐을 싣기 위한 실용적인 용도로 픽업트럭을 선택하기에는 1t 트럭의 장벽이 크다. 1t 트럭인 포터2(현대자동차)와 봉고3(기아)의 지난해 합산 판매량은 9만5406대다. 가격 경쟁력이 월등한 1t 트럭이 픽업트럭의 설 자리를 차지해 버린 거다.

경쟁력을 갖춘 픽업트럭이 대거 등장을 앞두고 있지만 업계에선 여전히 비관적인 시각이 많다. 전기 픽업트럭은 무거운 화물을 적재할 경우 주행거리가 짧아져 인기를 끌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기차는 온도 변화에 취약하다는 점에서 야외활동에 많이 활용되는 픽업트럭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픽업트럭은 대당 마진이 세단이나 SUV에 비해 높은 편이다. 경기침체 여파로 올해 전반적인 자동차 판매량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수익률 높은 차량의 판매 비중을 높이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우수한 픽업트럭의 등장이 시장 자체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쌍용차 티볼리 출시 이후 소형 SUV 시장이 확산했던 것처럼 경쟁력을 갖춘 픽업트럭이 나오면서 단기적으로 관련 시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